“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다급해서 이러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국민 개개인에게 100만 원씩 ‘헬리콥터 머니’를 살포하겠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대로 기준도 마련하지 않고 덜컥 돈부터 주겠다고 발표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대로 일정한 기준도 없이 퍼주겠다 나서고 있다. 기준도 알 수 없이 국민을 줄 세우고 있어서 제2의 마스크 사태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가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산정 기준을 다음 주까지 결정해 발표하겠다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2차 추경예산을 편성해 7조1000억 원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2조 원을 부담해서 전체 가구의 70%에 100만 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것 밖에 구체적 지급 기준을 내놓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이미 정부의 발표보다 20여 일 전부터 전국의 일부 지자체들이 자체적 지원책을 발표하고 구체적 시행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이미 지난달 10일 전북 전주시는 취약계층 약 5만 명에게 52만7000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매출이 1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평균 200만 원의 긴급생계비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 자치단체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소상공인과 기초연금 수급자 등 약 30만 명에게 1인당 40만 원을 지급하고,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서울시민 약 118만 가구에 최대 5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대상자만 서울시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00만 명이나 된다. 경기도도 1인 가구 40만 원에서 4인 이상 가구 100만 원까지 가구원 수별로 차등 지급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의 중복 지원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깜깜이 기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혼란을 의식해 다음 주 중에 지원금 지급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세밀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시와 경북의 경산시, 청도·봉화군 등과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소득기준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관련 부처들까지도 서로 말이 다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가리겠다고 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산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편에서는 건보료가 여러 기준 가운데 가장 최근 자료를 반영하는 데다 소득 기준 줄 세우기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어 이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가 테스크포스를 꾸려 지급기준 등을 논의해 다음 주까지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런 문제점을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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