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기초 탄탄해야 타 산업분야와 융복합도 문제해결도 쉬워져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
‘과학 기술’은 국가산업의 경쟁력이자 국력의 원천이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는 핵심원천 기초과학 기술확보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는 경북일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과학 정신’을 정립하고 기초 과학이 국부 창출 원천이 되도록 각 분야 권위 있는 과학 인재와 대담을 통해 한국과학이 나아갈 길을 묻고 모색하고자 한다.

이번 주인공은 포항 소재 경북과학고등학교 2기 졸업생인 양준모(41) 계명대학교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다.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왼쪽 세번째)가 캐나다 Mcgill University 방문 연구원이던 당시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다양한 생활·산업과 연관이 깊은 건축토목 공학, 그 중 특히 콘크리트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및 후학을 키우는 그는 포스코에서 근무하신 부친의 영향으로 포항 및 포스코와 매우 밀접한 인연을 가진 유년시절을 보냈다.

포스코 산하 유치원, 초·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첫 직장도 포스코에서 책임 연구원이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줄곧 포항서 자라왔고, 포스코에 입사하면서 비록 근무지는 인천 송도였지만, 6년간 포항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2018년부터 현재 대학교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고향과 가까운 대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오른쪽)가 캐나다 Mcgill University 방문 연구원이던 당시 실험을 하는 모습.
앞서 캐나다 McGill University 방문 연구원,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연구교수 및 동 대학 공학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그가 걸어온 이력이 보여 주듯 ‘딴 길로 한눈팔지 않고 전공분야를 꾸준하게 탐구한 결과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담담하며 겸손하게 말했다.

양준모 교수는 대한토목학회 이사, 한국콘크리트학회·한국방재학회 평생회원 및 각종 위원, 20여 개 건설기술심의위원, ASTM C09 위원, ISO TC17/SC16 위원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오른쪽)가 학생을 지도하는 모습.
다음은 양준모 교수와 1문 1답이다.



△ 주요 연구 성과는.

- 포스코에서 근무할 때, 팀원들과 함께 인장강도2360MPa급 초고강도 PS강연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실구조물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이 재료는 콘크리트 장대교량, LNG저장탱크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다. 기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1860 MPa PS강연선 대비 인장강도를 27% 향상시켰다. 또한 동일 구조물에 대해 PS강연선 양을 15% 이상 감소시킬 수 있고, 공사비를 1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소재다.

소재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켜 전 세계 규격의 까다로운 요구성능을 모두 만족케 됐고, PS강연선 소재에 대한 국내 KS규격 반영을 완료하고, ISO, ASTM 등 국제 규격 반영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PS강연선을 콘크리트에 효과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정착장치와 부속부품들도 신규로 개발했다. 교량 및 LNG 탱크 등 구조물에 적용시키기 위한 설계기준 및 시공지침 역시 마련해 실 구조물에 적용하기 위한 기반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인천 LNG탱크 21~23호기, 광양 LNG탱크 5호기, 금빛노을교, 고덕대교 등 다양한 현장에 세계 최고강도 PS강연선을 적용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2360MPa급 PS강연선을 이용하고 하이브리드 프리스트레싱 기법을 적용한 특허 교량공법을 신규로 개발하고 철도교량 현장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토목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지.

- 토목기술 중 제 전공분양인 콘크리트 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미래는‘지구 보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달려 있다 생각한다.

먼저 ‘지구 보존’은 지구가 건강해야 기술발전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건설의 주 재료인 콘크리트와 철강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 소비, 에너지 소비,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토목공학자들은 자원을 절약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화두로 삼고 있다. 그것이 지구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토목 구조물을 계속해서 건설해 나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이라 생각하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포스코에서 철을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인 고로슬래그를 시멘트 대체재로 사용해 콘크리트를 제조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렇게 산업부산물을 건설재료로 활용하는 친환경적 토목기술 연구에 대해 저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 (ICT)을 토목기술에 접목하는 것이다. 건물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해 위험 부위가 나타나면 바로 경고를 준다.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 위험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그 예일 수 있는데, ICT기술을 토목분야에 다양하게 접목하면 보다 안전하고, 수명이 길고, 경제적인 토목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신의 삶에서 실패와 시련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얻은 교훈은?

-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 때까지가 가장 큰 시련을 겪은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시기 꿈과 목표도 없이 방황하면서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방탕한 생활을 했었다. 군대에 입대하면서 그 방황이 끝을 맺을 수 있었는데, 제대 후 마음을 가다듬고 꾸준하게 한 우물을 파서 지금 현재의 위치까지 온 것 같다. 제 인생에서 그 2년이 가장 후회스러운 시기이고 그 방황만 아니면 현재 내가 더 발전된 모습이었으리라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모 교수님의 말씀처럼 2년간의 방황을 겪고 군대에서 다양한 환경의 사람과 생활하면서 개인적으로 성숙하게 된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힘이 들면 많이 아파하고 방황하세요. 하지만 너무 오래는 말고요”.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가 지난해 토목과 학생들과 함께한 모습.
△과학자를 꿈꾸는 이공계 샛별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한다면.

- 과학자를 꿈꾸고 있다면 수학·과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에서 이미 많이 들은 말이겠지만, 저와 비슷하게 느낀 선배들이 많기에 그러한 말을 많이 들은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나중에 공부를 더 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분야에 기초 수학, 기초 과학이 접목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수학, 과학에 대한 기초가 탄탄하면 이후에 배우게 될 심화 지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타 산업 분야와의 융합도 쉬워지며, 막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너무 조급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공계 학문에서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기초를 닦고 그 기초를 바탕으로 한 연구를 시작하면 결과는 수년, 수십 년이 걸려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멀리 바라보며 꾸준하고 차분하게 학업에 매진하기를 바랍니다”

△공무원이 대세인 시대, 안정적인 직장에 다들 매몰되고 있다. 맞는 현상인가.

-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현재와 같은 현상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적 상황이 다르고, 개개인이 추구하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경쟁적으로 준비하며 긴 세월을 보내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책상에 앉아 시험공부를 몇 년씩 하는 것 보다 비록 낮은 연봉의 불안정한 직장일지라도 일단 다녀보라고 본인은 권하고 싶다. 일단 직장에 다니다 보면 많은 정보와 기술을 습득해 개인의 능력 향상과 점차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 혹은 창업에도 도전해 볼 수 있고 궁극적인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깁니다.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긴 인생의 항해에서 아름다운 추억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준모 계명대 건축토옥공학부 조교수(오른쪽)가 실험을 지도하는 모습.
△엔지니어(장인), 기술(품질) 경시 풍조가 아직도 가셔지지 않은 것 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기술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단지 고시공부에 주로 매달리고 안정된 직장만 찾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기술 경시 풍조가 많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포항과 경북에는 풍부한 R&D 인프라가 있다. 어떻게 잘 활용해 과학 기술 발전을 꽃 피울 수 있을까.

- 포스코, 포항산업기술연구소(RIST), 포스텍 등 포항과 경북에는 좋은 R&D 인프라가 많이 있다. 건설분야의 경우 포스코 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구조실험동을 보유하고 있고, 제가 속한 계명대는 경북·대구지역에 유일한 국토교통부 산하 분산공유실험시설인 첨단건설재료실험센터가 있는 등 훌륭한 R&D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저는 좋은 R&D 인프라를 만드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인프라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인프라를 잘 활용하고 유지하는 주체는 바로 연구원이다. 좋은 연구원 인력이 포항 및 경북으로 많이 유치해야만 훌륭한 R&D인프라가 잘 활용되고 유지될 수 있다. 좋은 인력들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지 않고 포항, 경북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연구원 인력에 대한 많은 투자와 지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초과학, 그리고 응용과학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투자라고 생각한다. 투자 없이 그냥 사람들이 자원봉사해서 발전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이 있으려면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그리고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 분야의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몸 담은 연구원들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 된다면 서로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지 않을까요?”

△ 삶에 대한 조언과 지혜, 자유롭게 부탁한다.

- 저는 요즘 매일 출근하면 박노해 시인의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라는 시를 읽고 하루 업무를 시작합니다.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사는 요즘 서로 비교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 비교를 너무 심하게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고 자존감도 크게 잃고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꾸준히 자신의 길만 가세요. 단지 어제의 나 보다 오늘의 내가 좀 더 좋아지고 지혜로워 지고 있는지만 비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비교없이 행복하게 성장해 나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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