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연합
정부가 지난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로 북송된 북한 선원 두 명에 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우려에 해당 선원들의 귀순 의향에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추방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실(OHCHR)에 따르면 정부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협의 서한(allegation letter)에 대한 답변서를 최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정부는 선원들이 나중에 귀순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남측 군 당국에 나포될 당시 경고 사격에도 도주하고 한 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사이에 재판 지원 부족과 증거 획득의 어려움으로 적절한 재판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재판 관할권 행사가 오히려 남측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헌법 등 국내법뿐 아니라 한국이 가입한 인권 관련 국제 조약도 검토했지만, 북한 선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심각한 비(非)정치적 범죄를 저질러서 난민으로 볼 수 없고, 복수의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한 피의자라는 점에서 고문 위험 국가로 추방을 금지한 고문 방지 협약에도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어느 당국이 이들을 인도받았는지, 또 이들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앞서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1월 28일 자로 한국 정부에 협의 서한을 보내 송환 당시 북한 선원들의 인권에 대한 어떠한 고려가 있었는지 답변을 요청했다.

그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종종 일어나는 북한에 두 명을 송환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송환 결정의 법적 근거 등을 문의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긴급 탄원(urgent appeal)을 발송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정부에 정식 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 2016년 2월 15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마르주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이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대해 보낸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이에 대한 답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선원 두 명은 지난해 11월 2일 동해상에서 나포됐으며, 정부는 이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그달 7일 판문점을 통해 이들을 북한에 추방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8월 중순 북한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 행위에 선장을 살해했으며, 범행 은폐를 위해 동료 선원 15명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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