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철 한수원노동조합 월성원자력본부노조 제1발전소 지부위원장

유서와 전통이 깊은 관광도시 경주에는 월성동이라는 동네가 있다. 달빛이 비추는 옛 성터라는 의미의 월성동은 그 지명만으로도 신라 당시 아름답고 고즈넉한 서라벌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경주의 또 다른 월성, 경주시 끝자락에는 경주의 천년역사를 이어 현재까지 그 가교의 역할을 하며 지금의 경주와 상생하고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월성원전은 현재 운영 중인 우리나라 원전 25기 중 5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수로와 경수로를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원전이다. 1983년 월성1호기 최초 상업운전 이후 지금까지 37년간 안전하게 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 월성원전은 발전소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사안의 맥스터 증설 결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월성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저장시설이 작년 말 기준 포화율 건식 97.56%, 습식 85.39%에 달해 2021년 11월경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전소 부지 내 추가로 사용후핵연료 16만8천다발을 임시 저장할 수 있는 맥스터 7기를 건설할 6천3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 지 4년만인 올해 1월 겨우 허가를 취득했다.

산너머 산이라고 했던가. 4년에 걸친 허가절차 승인 이후 이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과정이 남았다. 재검토위원회는 공식적인 진행절차에 따라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를 출범하여 공론화를 추진하려는데 구체적 실행방안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만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외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경주지역 환경단체는 시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울산지역 시민환경단체에서는 이참에 월성 2.3.4호기도 한꺼번에 정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재검토위원회가 지금 공론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건설완공까지 촉박한 상황인데 외부 환경단체 개입과 곧 다가올 총선정국까지 겹쳐 이곳저곳 눈치만 보고 아까운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

업친데 덥친다고 했던가.!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지역 경제와 밀접하게 관계된 현안인 맥스터 증설에 대한 관심도 묻히고 있다. 맥스터 추가건설 공론화 과정에 대한 재검토위의 미온적인 자세와 지역반핵단체의 딴지걸기는 현재 안전하게 운영 중인 중수로 3개 원전을 설계수명이 도래하기도 전에 가동중지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아가려는 작전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에 우리의 일상은 혼란과 두려움으로 위축되어 있지만 기저부하를 뒷받침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이 있기에 전력공급 만큼은 안정적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자칫 실기하여 월성원전의 맥스터 증설시기를 놓치게 되면 한순간에 원전 3개 호기가 셧-다운 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지역경제 파탄, 전기요금 인상은 물론 전력대란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월성원전은 1992년부터 27년간 안전하게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며 지금의 천년고도 문화도시 경주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맥스터 추가 건설의 시급성을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엄중하게 인식하여 관련 산업 종사자, 지역주민, 경주시민, 경주시가 막대한 손해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사시사철 추억이 깃든 아름다운 우리 경주와 월성원전을 경주시민이 하나 되어 지켜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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