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장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을 잃은 윤청자 여사가 분향을 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 가슴이 무너집니다”라고 돌직구를 던지는 강단(剛斷)을 보였다.

자식 잃은 어미의 10년 원한이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진 후 참여연대 등 일부 진보시민단체 등에서 갖가지 배후설을 주장하며 북한의 어뢰 공격이었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식 해명에도 수긍을 하지 않는 등 갖가지 의혹설을 제기해 왔다. 천안함 폭침 10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야당 정치인 누구도 대통령에게 이런 직언의 질문을 한 사람이 없었다.

4·15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여야가 총력을 기울여 표 잡기에 혈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숱한 실정으로 선거국면이 당초 미래통합당으로 기우는듯한 여론의 반전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난데없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래통합당이 선거 케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희석되고 정부의 코로나 대처 능력 평가가 선거판을 덮고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집권 여당의 목소리는 수세로 변하는 것이 지금까지 선거판의 흐름이었다. 공식적인 선거가 시작된 지금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주장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존재감까지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겨울 북풍한설 속에 단기필마로 단식 할 때의 희생적 카리스마와 리더로서의 결의에 찬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백면서생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인가.

전국 200여 지역구에서 뛰고 있는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을 이끌고 있는 선봉장으로서 해야 될 중차대한 일은 무엇인가. 병의 원인을 꼭 집어내는 의사가 ‘명의’다. 3년 차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의 실정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판에 무소속 출마한 홍준표를 겨냥해 “선거가 끝나면 무소속 출마자는 영구히 당 복귀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집안싸움 소리와 “교회에는 코로나 전파가 없다”며 현 정부에 딴죽이나 거는 발언 등이 선거전 초입에 돌입한 야당 대표로서 백해무익한 한가한 유의 발언을 할 때인가.

황 대표에게 묻고 싶다. 지난해 광화문 광장에 운집한 국민이 “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절규를 벌써 잊었는가. 이때 국민이 외친 함성의 내용을 되새겨 보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한숨 소리를 잠을 자지 않고 고민해보았는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시행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신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며 함께 고민해 본 일이 있는가. 대표적 탁상정책으로 꼽히는 ‘주 52시간제’ 정책으로 현장에서 연장근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근로자들과 사업주의 볼멘소리를 귀 기울어 들어 보았는가.

지난 한해 대한민국의 정의와 공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 ‘조국사태’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가 왜 잠잠한지 숙고나 해 보았는가. 코로나19 사태 후 닥쳐올 경제와 금융위기를 현 정부가 헤쳐나갈 수 없을 때 해결의 대책은 세워 놓았는가. 비례정당으로 미래한국당을 꼼수로 맨 먼저 만든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공당의 대표로서 사과했는가.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것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코로나19 초기 때 문 대통령은 역병 발생의 창궐지인 중국에 대해 대문을 활짝 열어 뒀다. 그 큰 구멍을 방치한 책임자가 문 대통령 본인이 아닌가? 문 대통령이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작은 구멍 하나가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개인이 모두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 ‘한 개인’이 누구인지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과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아야 한다. 중국인들의 입국을 차단하지 않고 지금까지 문을 열어둔 것을 정당화하려는 듯 유엔 가입국 193개국 중 180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데도 전 세계인에게 문을 열어놓은 문 정부의 코로나 대책은 도대체 무엇인지도 물어야 한다. 그 책임자를 황 대표가 찾아내야 한다. 이 키워드를 풀어내면 황 대표는 4·15 총선에서 웃을 것이다. 윤청자 여사의 강단을 본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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