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행정통합 연구단, 프랑스·영국·독일·일본 비교 분석
지역민 투표 존중·공감대 형성·권력 분배·성장 전략 구축 중요

독일 배를린 시의 12개 행정구.

경북도와 대구시의 행정통합 추진에 앞서 해외에서 진행된 행정통합사례가 중점적으로 연구됐다.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일본 등 총 4개 국가에서 진행된 행정통합과정을 경북·대구 행정통합 연구단(이하 연구단)이 형태와 효과(긍정·부정) 등으로 정리해 주요 시사점을 도출해낸 것이다.

연구단은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에 따른 재정·행정 능률성 제고 등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두 지역이 자기 책임성을 확보하는 ‘수준 높은 지방분권화’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정통합과정에 특정 자치기관의 권력독점을 사전차단해야 하고, 이를 위해 권력이 분산되는 형태의 자치기관구성과 기관 간의 권한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등 각종 과제 또한 제시됐다.

△프랑스 ‘지역 정부 행정구역 경쟁력 향상 촉진’

2일 연구단의 대구·경북 행정통합 기본구상에 따르면, 프랑스는 1859년 이래 변화가 없던 준자치구 등 파리 도심의 4개 준자치구를 통합하면서 행정단위를 재조정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1월까지 읍·면 개념의 최소 행정구 ‘코뮌(commune)’ 2508개를 통합해 774개의 새로운 코뮌을 탄생시켰고, 2016년부터는 22개 ‘레지옹(Region·지역)’을 13개로 축소해 유럽연합 체제 아래 지역 정부 행정구역만의 경쟁력 향상을 촉진했다.

프랑스 행정통합은 지방분권과 지역 권한을 일부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졌고, 지역 간 인구·경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기반 마련, 정책 결정체계 간소화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국민투표 결과와 상반되는 통합시행으로, 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지속한 것이 단점이다.

또 지난 2018∼2019년 감사원 평가보고서에는 행정비용 감소 측면에서 애초 예상과 다른 미온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영국 광역런던정부 벤치마킹

영국 런던통합지방자치단체와 스코틀랜드 지역 정부가 행정통합 주요 사례다.

런던지역의 경우 세계경쟁력 강화와 도시계획, 교통 등 광역행정의 효율화를 목표로 행정통합이 추진됐다.

국제적 위상에 맞는 리더십 부족, 광역적 시각 부족, 책임성 확보 곤란 등 앞서 제기됐던 문제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1층제에서 기존 2층제의 정부구조로 회귀했고, 이 과정에서 광역런던정부가 탄생했다.

광역런던정부는 교통·기획·지역경제개발·재개발·경찰·소방·응급구호·문호·보건 등의 분야를 맡고, 자치구는 주택·교육·사회복지·의료보험 등으로 사무권한이 재조정됐다.

이에 연구단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의 주요 기능과 역할을 벤치마킹해야 할 사례로 보고 있다. 광역런던정부를 통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여러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광역정부의 필요성을 확인된 사례일 뿐만 아니라 국가·지자체 차원 수준에서 수행할 수 없는 광역적인 사무를 광역런던정부가 맡아 권한의 경쟁·충돌·혼선을 최소화한 것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지역 정부는 역사·문화적 독자성을 정치·행정적으로 구현한 점이 주목된다. 중앙정부의 반발에도 지방분권이 추진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스코틀랜드 국민의 지지였기 때문이다.

1970년부터 20년 동안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놓였던 스코틀랜드는 영국 정부로부터 낮은 수준의 지방정부 자치만을 허용받았음에도 지방분권을 추진, 스코틀랜드 헌법의회 구성 등의 노력을 펼쳐 자치기반을 점차 확보했다.

이에 연구단은 행정통합에서 국가적인 정체성보다 지역의 정체성이 중요시되는 사실이 확인된다면서 경북·대구 지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행정통합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배를린 행정통합의 핵심 요소.

△독일 베를린 대도시에서 ‘대구특례시’를 보다



독일은 베를린의 기존 23개 구를 12개 구로 감축했다. 자치기관 감축으로 행정능률을 높이면서 재정긴장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시의회와 시정부의 인원 감축과 함께 베를린 시·구 양측에 중복된 사무는 구청으로 이양했고, 구에 ‘시민청’을 설치해 시민참여도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행정능률 향상, 구의 베를린 시정참여 강화, 시민참여 강화(열린 의회 현실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반면, 지자체의 자기 책임성 증가에 따라 인력 감축 등 자체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단은 배를린 대도시 사례를 통해 행정통합 이후 권한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대구특례시’를 그렸다. 베를린 자치구에 사무결정권, 시정참여권한 등의 각종 권한이 부여된 것과 같이 대구 8개 구·군에도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광역시 내 지역구는 시정을 보조하는 역할로, 사실상 지역의 자치권은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대구시가 행정통합 후 특별자치도 내 일반 시로 위상이 조정되면 구·군의 자치권은 대구시의 자체 위임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연구단은 분석했다.

단, 행정통합을 계획하면서 단독집행기관을 중심으로 한 현 의결·집행 기관 간의 관계 개혁을 위한 방안 역시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특정 자치기관의 권력독점 사전차단을 위한 권한관계를 설정하는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본 도주제를 9개 도·주로 구분한 지형도

△일본 도주제 ‘수도권 집중 개선·지방 주권형 발전 선도’ 사례



일본은 중앙집권체제의 한계와 지역 간 격차로 인한 지방의 위기감으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10개 내외의 지역별 주로 만들어 광역화하는 일명 ‘도주제’를 계속 논의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정부 재구축으로 분권형 사회를 실현해 국가 형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일본 도주제를 11개 도·주로 구분한 지형도

연구단은 도주제로 일본 정부의 역할이 최소화되고 제정제도, 자치입법권, 주민자치, 수장·의회의원 선출방법 등 지방중심의 권한이 부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과 지방의 기능 강화, 행정 효율화 등을 통한 국민부담 경감이 도주제의 핵심이라며 도주와 기초지자체에 대한 적절한 사무 이양 중요한 점이라고 밝혔다.

부·시를 일원화하는 일본 오사카의 행정통합 논의 또한 주요 사례다. 도쿄일극중심체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거점도시 ‘제2의 수도’를 창출하자는 취지인데, 지방이 결정·책임·경영 등을 스스로 갖춰 분권형 선도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청사진이다.

일본 도주제를 13개 도·주로 구분한 지형도

연구단은 ‘서일본의 중심지, 일본 제2의 수도로서의 핵심거점 확립’, ‘수도 대체기능 강화’, ‘아시아 주요 도시로서 도쿄와는 다른 개성·새로운 가치 발신’, ‘지역민이 주역인 도시 실현’ 등이 긍정적인 통합효과로 분석했다.

반면 단순히 5개 특별구 설치라는 통합형태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성장전략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 정책판단 실패에 따른 이중행정 발생, 5개 특별구 간 이중행정에 따른 비효율 발생, 특별구 설치에 따른 현 오사카시 재원 격감으로 주민서비스 저하 등이 우려된다.

이를 살펴본 연구단은 지자체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주민들이 궁금해할 사항과 행정통합 반대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적절한 대응논리 제시한 점, 오사카도 설치로 인한 편익 추산치와 신제도 이행 시 재원조정 내용에 대한 상세안내 등을 주요 시사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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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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