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차분한 분위기'…스피커 소리 낮추고 단체 율동·퍼포먼스도 자제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에서 수성을에 출마한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이상식 후보, 미래통합당 이인선 후보, 무소속 홍준표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막대한 피해를 입은 대구와 경북지역의 4·15 총선 첫날 선거운동 현장은 다른 선거 때와 다른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이날 현재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대구 6725명·경북 1304명으로, 전국 확진자의 9976명의 80%를 차지하는 데다 사망자도 끊이지 않는 등 아직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대구와 경북 전역의 선거운동 현장은 후보자와 운동원 모두 최소한의 활동으로 침울한 지역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특히 선거 때마다 서로 소리를 높여가며 경쟁하던 스피커 음량까지 낮춰져 현장 가까이 가지 않으면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차분했으며, 단체 율동이나 화려한 퍼포먼스도 사라졌다.

이날 오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특정 후보 지지자가 화려한 복장으로 응원에 나서 잠시 눈길을 끄는 듯 했지만 선관위가‘기부행위로 적발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멈췄다.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선거운동원(상단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 하단 미래통합당 주호영 후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예방을 위해 제작한 홍보 마스크를 쓰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맞은편 다른 진영 후보 운동원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명 캐릭터의 탈을 쓰고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정작 아이들이 집밖으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어서 효과는 미지수로 보였다.

달서구에 출마한 또 다른 후보는 사람모양 풍선을 후보 스스로 직접 어깨에 메고 유권자들을 만났지만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적어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경북 지역 정치 1번지인 포항에서도 상황을 마찬가지였다.

이날 포항북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오중기·통합당 김정재·정의당 박창호 후보는 가장 교통량이 많은 우현네거리에 모두 모여 첫 출근 인사를 펼쳤다.

세 후보 운동원들은 네거리 모퉁이마다 자리를 잡고 선거운동을 펼쳤으나 3곳 모두 스피커 부근에서도 대화가 가능할 만큼 음량을 낮춘 채 지나는 차량을 향해 피켓과 손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포항남·울릉 선거구의 민주당 허대만·통합당 김병욱·민중당 박승억·무소속 박승호 후보는 공단 출근자가 몰리는 형산오거리에 모두 모여 출근인사를 펼쳤지만 이곳 역시 차분한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처럼 조용한 선거운동이 펼쳐졌지만 지나는 차량 운전자 중 상당수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지날 때마다 손을 들어 보이며 격려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민주당 정우동·통합당 이만희·무소속 김장주 후보가 출마한 영천지역도 이날 아침 신망정네거리에서 출근인사를 펼치며 얼굴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출근인사에 이어 5일 장을 맞은 영천 공설시장에서 열린 유세 출정식 역시 과거 선거운동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섰다.

선거운동도 차분했지만 매번 선거때마다 떠들썩하게 치러지던 출정식도 최대한 조용하고 간편한 가운데 길거리 출정식이 대세를 이뤘다.

TK지역 민주당과 통합당의 자존심이 걸린 대구 수성갑 선거구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첫 날부터 팽팽한 설전을 펼쳤지만 출정식은 범어네거리 길거리에서 이뤄졌다.

포항남·울릉 민주당 허대만 후보는 아예 오는 5일 까지 출정식을 비롯한 모든 군중집회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포항북의 오중기 후보는 우현네거리에서 ‘나란히 출정식’을 가졌다.

포항남·울릉 통합당 김병욱 후보는 이날 출근인사 후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반면 운동원들과는 휴대폰을 이용한 화상 출정식을 가졌다.

대구 달서병에 출마한 우리공화당 조원진 후보는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출정식을 가졌으며, 달서갑 무소속 곽ㄷ훈 후보는 와룡산 해맞이로 출정식을 대신하는 등 대부분의 후보들이 범 국민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캠프 관계자는 “거리에 시민들이 없고 들뜨는 모습을 보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차분하게 선거운동을 진행한 뒤 분위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목, 이종욱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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