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환 변호사
금태환 변호사

가까운 초등학교 친구가 사업실패로 부도날 지경에 있을 때 두 장면이 있었다.

#1. 자신의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지원하였다. #2. 여윳돈이 있어 지원할 수 있었지만 지원해도 부도는 마찬가지일 것 같아 지원하지 아니하였다. 1년여 뒤 결국 부도가 나고 장면 #1의 경우 평생에 걸쳐 모은 건물을 경매로 날리고 빈 털털이가 되었다. 장면 #2의 경우 부도 뒤 얼마간의 돈을 아이 등록금에 보태라고 증여하였다. 장면 #1의 경우 처음에는 친구의 의리를 지킨 격이었지만 같이 망하게 되었다. 장면 #2의 경우 처음에는 욕을 먹다가 후에 의리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자기에게 이익을 되는 것을 베풀어 줄 경우에만 호의로 받아들인다. 오죽하면 “누구든 믿지말라”는 얘기가 있을까. 호의를 베풀어도 결과가 나쁘면 금방 태도가 달라진다. 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여 변호사 선임비를 대폭 삭감해도 결과가 나쁘면 금방 욕하게 된다. 이것은 무료변론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결과가 나쁘면 무료변론 자체가 욕먹을 일이 된다. 정말 야박한 세상이다. 철저한 자기중심적 사고에 잡혀있다. 이혼법정을 보면 더욱 세상인심을 절감할 수 있다. 한때는 죽고 못 살 정도로 호의를 베풀었건만 이혼법정에서는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우선 철저히 따져 볼 수밖에 없다. 결혼 실패의 절반은 상대방의 호의만 믿고 따져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호의가 배신당하지 아니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전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호의를 베풀고도 실망하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호의를 베풀고 그에 대한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 말은 나의 분수에 넘치는 호의를 상대방에게 베풀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가를 기대하거나 분수를 넘치는 호의는 더 이상 호의가 아니고 계산에 불과하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다. 너무 그렇게 각박하면 인정이나 의리가 없지 않으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보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보이지 않는 손도 실제로는 합리적 인간이 철저히 계산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경우 보이지 않는 손도 없다. 소위 지피지기(知彼知己)하는 경우에만 호의를 베풀이후 후회하지 않고, 대가가 없다고 하여 섭섭해 하지도 않는다.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세계가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은 세계에 대하여 출입국에 관한 한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출입국 관리는 한 국가의 중요한 외교정책이다. 외교는 개인 간 보다 더욱 철저한 약육강식의 경쟁장이다. 거기에는 눈곱만치의 의리도 없고 서로의 이해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당시의 중공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때 한국은 눈 질껀 감고 대만과 단교하지 않았던가. 당시 대만이 얼마나 섭섭해 했던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라는 역사적인 위기를 앞에 두고 한국도 여러 가지 계산을 하였을 것이다. 국민 건강, 국가 안보, 국가 경제 등등. 한국은 과연 한국 자체의 능력을 알고 세계의 반응을 철저히 계산한 후에 이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인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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