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정치권을 바라보면 정치혐오를 이렇게까지 키워놓고 무슨 염치로 표를 달라고 하는지 부아가 치밀기도 하지만 어쨌든 선거는 결국 치러지게 된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어도 투표장에 가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누군가는 지역대표로 선출된다. 그것이 민주주의고 선거다. 그래서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나 차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한 걸음씩이라도 세상을 바꾸려면 투표장에는 무조건 가야 한다. 투표를 포기하면 차선, 차차선의 선택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표를 해야만 스스로의 선택이나 판단이 어디쯤에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날벼락처럼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투표율이 지난 총선 때보다는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투표소에서 발열체크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등 이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지게 돼 투표율이 어떻게 될 지부터 관심사다. 또 하나는 공천파동을 겪은 지역에서의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공천은 정당의 몫이지만 그것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공천과정에서 엎치락뒤치락 이랬다저랬다 하는 곡절과 탈당 무소속 출마 등 분란을 겪은 경우도 많아 이들 지역에서의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떨지 주목된다.

또 하나는 지역유권자들의 비례대표 정당선택이다. 거대 여당과 야당이 소속 국회의원을 꿔주면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에다 수십 개 군소 정당이 지역구 후보는 한 명도 내지 못하면서 요행으로 비례대표를 얻으려는 수작으로 이번 비례대표 선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투표용지 길이가 48cm나 될 정도로 35개 정당이 난립한 비례대표선거에서 지역 유권자들의 정당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도 큰 관심사다.

이러한 선거 결과들은 결국 한명 한명 유권자들의 표심이 모아져 나타나게 된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저마다 다양한 근거와 이유로 움직이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될 것이다. 후보의 도덕성과 학력 경력은 물론 최근의 활동과 발언, 공약과 비전까지도 됨됨이에 포함된다. 이제 이러한 부분에 대한 나름의 철저한 검증과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아직도 후보의 선택이 지연, 혈연, 학연이나 친소관계 등으로만 이뤄진다면 참으로 후진적이다.

코로나19로 우리가 처한 지금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그 파장이 앞으로 얼마나 크게 언제까지 미치게 될지도 오리무중이다. 벌써 경제가 얼어붙고 실업이 양산될 조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문화예술 쪽은 이미 빈사상태다. 모든 공연과 전시, 축제행사들이 취소된 상태여서 예술가들은 물론 기획자, 연출가 등 모두가 한숨뿐이다.

이번 선거는 이러한 전대미문의 위기국면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헤쳐나갈 유능한 대표들을 뽑는 선거다. 누가 친소관계가 더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데 적임자인가를 선택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투표를 해 놓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거나 고민하지 않고 표를 준 때문이다. 그래도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보다야 낫다.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은 뒤늦은 비판이나 후회할 자격조차도 없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는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주인이 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에 참여해야만 원치 않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되게 하는 것도 투표지만 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결국 투표로써 가능해진다. 그래서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한 가장 큰 벌은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무관심과 기권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나쁜 후보, 저질 후보를 돕고 키우는 것이 된다.

문화예술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후보들의 문화적 소양과 역량 및 이해의 정도를 또 하나의 중요한 후보선택 기준으로 삼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인 동시에 우리의 최종복지 또한 문화예술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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