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요즘 신문과 방송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이 코로나19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영어나 한자로 된 전문적인 용어를 즐겨 쓰고 있어 여간 안타깝지가 않다. 이는 언론뿐만이 아니다. 의료인이나 재난안전대책 및 방역 대책 관계자도 그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지난 3월 2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즉 ‘비말(飛沫)’은 ‘침방울’로,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는 ‘동일 집단 격리’로, ‘진단 키트(kit)’는 ‘진단 도구’로, ‘의사(疑似) 환자’는 ‘의심 환자’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승차 진료(소)’로 쓰자는 게 바로 그 예이다.

이외에도 필자는 ‘모니터링(monitoring)’은 ‘관찰(또는 감시)’로, ‘팬데믹(pandemic)’은 ‘확산(또는 대유행)’으로, ‘셧다운(shutdown)’은 ‘폐쇄(또는 조업 중단이나 임시 휴업)’로, ‘케어(care)’는 ‘돌봄(또는 보살핌)’으로, ‘워킹 스루(walking through)’는 ‘보행(또는 도보) 진료(소)’로, ’기저 질환’은 ‘지병(持病)’이나 ‘만성병(慢性病)’으로 바꾸어 쓰면 어떨까 한다. ‘기저 질환(基底 疾患)’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질병의 원인이나 밑바탕이 되는 질병’. 또는 ‘의학 용어로 흔히 지병(持病)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왜 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기저 질환’이라는 말을 고집해서 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비말(飛沫)’과 ‘키트(kit)’도 마찬가지다. 그냥 알아듣기 쉽게 ‘비말’은 ‘침방울’, ‘키트(kit)’는 ‘도구’라고 하면 될 게 아닌가. 이렇듯 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한자와 영어를 즐겨 쓰니 그저 씁쓰레할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할 것을 권장한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관계 당국과 언론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신문 기사를 쓰거나 방송할 때 그냥 ‘코호트 격리’라 하지 말고, ‘동일 집단 격리(즉 코호트 격리)’로, ‘드라이브 스루’는 ‘승차 진료(즉 드라이브 스루)’로 말하고 표기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한다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사용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은 두말할 것도 없이 언론(특히 방송)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모든 관계자(재난·방역 담당자, 의료인, 지자체장 등)는 물론, 특히 언론이 코로나19 관련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사용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