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4월 15일 저녁에는 모든 국민들이 제21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서 향후 4년간 우리나라를 끌고 갈 선량이 누구인지 알아맞히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난 20대 총선과는 달리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다음 날인 16일에나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긴 48.1㎝ 투표용지를, 그것도 거대 정당 번호인 1번과 2번이 없는 이상한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더구나 손으로 하는 개표가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할 것이다. 4+1이라는 조합이 만들어낸 선거법으로 인하여 위성정당이 있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여당 쪽 위성정당이 2개나 있어서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총선정치 지형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팽팽히 맞섰지만, 올해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정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정권심판론이 먹혀들어가는 듯하더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만 크게 확산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국정안정론이 약간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 정국 초기에는 여야 간에 공천을 두고 소리가 많이 나면서 공천 문제가 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될듯하더니, 갑자기 난데없이 나타난 재난지원금문제가 블랙홀이 되어 모든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공천문제를 밀어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는 데도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 앞에서 긴급생계지원이라는 측면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어서 야당으로서도 속수무책이다. 

오히려 생계지원금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모든 선거 이슈를 뒤덮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이미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되어 지금에 와서 지급 여부를 따지는 정당은 선거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100만 원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속수무책이다. 투표장에 가서 긴 줄을 서서 발열검사하고 투표하느니 100만 원을 받아야겠다는 유권자 앞에서 자칫 무슨 말을 잘못하면 선거는 날아가 버릴 지경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정권심판론이 쑥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유권자들 마음속에는 매우 강력한 판단 인자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종전 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마음속의 진한 노여움이 5% 여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여움의 대상은 여당 쪽에서는 무능한 야당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 쪽에서는 무리한 국정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초 제21대 총선의 선거판세 지형이 여러 개의 정당이 오색무지개 색깔로 그려질 가능성이 많다고 하던 정치평론가들도 이제는 2개 정당만의 경연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천에 탈락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낙하산공천, 막천공천 등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무소속출마 등으로 나타나 정당론보다는 인물론이 유권자에게 호소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금은 두서너 곳을 제외하고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선거판에 입장하는 18세 유권자가 박빙의 선거판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다. 18세는 인터넷에 능한 IT 세대로서 기존의 19세 이상의 유권자와는 완연히 다른 생콩들이다. 종전 신문과 TV로 정보를 얻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첩보에 익숙한 세대이다. 

이번 선거에서 체온을 재고 1m씩 떨어져서 투표를 하게 하면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쓸데없이 긴 투표용지 때문에 기표란이 심리적으로 좁아 보여서 무효표도 많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왜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의견이 나오지 않는지 알 수 없다. 제21대 총선이 끝나면 정치권력 재편에서 일단 권력의 핵이라고 판단되면 그 중심핵으로 무섭게 구심력이 발동되어 인재들이 몰려들지만, 아니라고 판단되면 원심력이 발동되어 흩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제21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간에는 휴전도 없이 바로 2022년 3월에 실시될 제20대 대선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많다. 자칭 여권 잠룡들이 움직이면서 레임덕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많다. 여당은 특정 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권후보를 만들려고 할 것이고, 야당은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책임론을 중심으로 하여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많다.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교수
온라인뉴스팀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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