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 모은 잡석들로 터앝 배수로 돌담을 쌓는다. 막 생
긴 놈일수록 이 틈새 저 틈새에 맞춰본다. 이렇게 저렇게
지만 뜻 없이 나뒹굴던 돌멩이가 틈새를 제집인 듯 척척
개인으로 들어가 앉는 순간이 있다. 존재하는 것치고 쓸모
없는 건 없다는 거지 그렇게 한번 자리 찾아 앉은 놈은
제 자리에서 요지부동 끄덕도 않는다

사람도 누구나 어디인가 제 있을 자리에 가 박혀
오 돌담처럼 견고한 70억 이 세상을 이룬다.


<감상> 쓸모없이 아무렇게 굴러다니는 돌은 천대받기 마련이다. 번듯하게 다듬어진 벽돌은 대접을 잘 받아 고급주택에 잘 쓰인다. 하지만 번듯한 집도, 거대한 성(城)도 그 틈새를 메우는 건 작은 돌멩이다. 사물이나 사람이나 전체가 견고해지려면 개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전체(多)와 부분(一)은 항상 분리할 수도 곧할 수도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제 먹을 복은 태어나고 제 있을 자리에 가 박혀 있다. 각자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집단이, 사회가, 국가가 배려하는 마음을 지닐 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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