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까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코로나19가 아시아를 거쳐 전 유럽을 휩쓸고, 미국에서도 창궐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흑사병의 유행경로와도 흡사하다. 흑사병은 1347년 무렵 몽골제국의 킵차크(Kipchak) 군대가 제노바 시를 향해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쏘아 보내 유럽에 전파됐다는 것이 통설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도 흑사병이 유럽에 처음 퍼지기 시작했던 이탈리아 제노바와 가까운 피렌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피렌체와 밀라노 등 큰 도시가 많은 이 롬바르디아 지방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worldmeter)에 따르면 7일(한국시간) 오전 7시 기준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7만4441명이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36만3408명으로 전 세계 감염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미국 누적 사망자도 1만763명으로, 1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처럼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불안과 공포가 고조되자 영화와 TV 프로그램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집에서 사실상 격리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친밀감 있게 데이트 신청할 때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이란 관용구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라면 먹고 갈래?”와 비슷한 “넷플릭스 보고 갈래?”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팝 밴드 ‘콜드플레이’ 리더 크리스 마틴이 집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전 세계인들과 실시간으로 연결해 신청곡을 즉흥으로 부른 ‘집에서 함께(#TogetherAtHome)’ 릴레이도 국내외 인기가수들로 퍼져나갔다. 국내에서는 ‘#아무놀이 챌린지’도 유행이다. 집에서 아이나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놀이를 인터넷과 SNS로 공유하는 것이다.

최근 경주의 한 시인은 코로나19로 외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서재에 틀어박혀 한 달 여 만에 ‘금오신화’를 번역해 사태가 진정되면 출판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흑사병이 대 유행했을 때 이탈리아 피렌체 교외 별장에 피신한 10명의 입을 빌어 이야기 하는 형식의 ‘데카메론’을 쓴 것처럼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슬기로운 ‘격리 생활’일 것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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