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 입증되면 임상실험 돌입

국립보건연구원이 ‘바이러스 유사체’(Virus Like Particle·VLP)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바이러스에는 유전물질이 있어 몸속에 들어와 복제할 수 있으나, 바이러스 유사체는 유전물질 없이 단백질로만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몸속에 들어와도 복제가 되지 않고 면역반응만 유도한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 이런 바이러스 유사체로 만든 백신이다.사진은 바이러스유사체 전자현미경 이미지.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될 백신 후보물질이 만들어졌다.

7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바이러스유사체(VLP) 기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유사체란 유전물질이 없이 구조단백질로만 구성된 바이러스 입자로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지 않고 면역반응만 유도하는 백신 형태를 뜻한다.

이번 제작된 백신 후보물질은 국립보건연구원 자체 내부과제 성과로,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구조단백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돌기) 항원을 탑재한 형태의 바이러스유사체 백신 후보물질이다.

이렇듯 다른 두 가지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섞은 형태는 ‘합성항원 백신’이라고 일컫는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할 수 있다.

바이러스유사체 기반 백신은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지 않아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며, 상용화된 백신으로는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있다.

앞으로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동물실험 등을 거쳐야 한다.

연구원 측은 “이번 후보물질은 동물실험에 들어가기 전 물질을 제작한 것”이라며 “항체를 유도하는 면역반응이 잘 되면 전임상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임상(비임상)은 후보물질을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 동물에게 먼저 시험하는 것을 뜻한다.

전임상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다.

앞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허가를 취득한 후 인플루엔자 범용백신 개발 및 신·변종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다양한 백신 플랫폼 개발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이번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한편, 연구원은 민·관이 협력해 합성항원(서브유닛)백신 등의 후보물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후 실험동물에서 다양한 백신후보물질의 효능도 분석·평가할 계획이다.

효능이 입증된 후보물질이 뽑히면 연구들의 성과를 이어받아 비임상·임상시험 등 실용화 연구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DNA·RNA·유사체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던 적은 없다. 메르스, 사스도 백신이 실용화된 적은 없는 상황”이라며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상당히 험난하고 먼 길이지만 하나하나 차분히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국립보건연구원 김성순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백신 개발은 기초 개발부터 임상시험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며 “향후 비임상 및 임상 수행 과정에서 국내 연구기관 및 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자급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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