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작년 이맘때 경북 칠곡군 가산면에 수피아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전부터 알고 있는 미술관장 및 관계자와의 인연이다. 이곳은 일단 미술관을 포함한 대지의 규모는 타 공·사립미술관을 압도한다. 더하여 사시사철 둘러싼 환경에서 오는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생태환경과 어우러진 민간정원으로서 전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듣건대 제3공화국 시절인 1960년대 초 국토건설단 또는 재건대라는 이름으로 시국사범, 부랑인, 군 미필자 등을 동원하여 전국의 오지에 도로건설, 산지개간, 나무심기를 하였다. 여기도 그 중 한 곳으로 산을 개간하고 나무를 심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고 한다. 세월이 수십 년 흘렀다. 특별한 장소인 여기 수피아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계획된 정원 숲과 전시 공간, 캠핑장이 함께하는 복합 테마랜드로 변모되었다.

수피아미술관 - 우리에게 온 숲

필자는 미술관 계획 당시 독일의 홈브로히미술관을 참조하여 한국의 특징을 간직한 색다른 공간을 연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의 말씀을 드렸다. 산속에 위치한 수피아의 뜻은 ‘숲이야’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첫 전시는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의 타이틀로 시작되었다. 이이남 외 6인의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의 다채로운 미술세계를 보였다. 대박을 쳤다. 오픈 이후 꾸준히 관람객이 몰렸다. 주말과 휴일에는 유료 관람객이 수천 명에 달했다. 많은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아름다운 산과 숲에서 심신을 마음껏 즐겼다. 미술관, 공룡테마파크, 수목원, 캠핑장 그리고 다양한 공연이 함께하여 문화예술에 흠뻑 취했다.

아이와 어른이 같이하는 놀이 공간, 오전과 오후의 느낌이 달라지는 산과 숲의 스토리는 이것 자체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상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오버랩 되기도 한다.

구미 방향의 국도에서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수피아 입구 정문에 다다르면 녹슨 철판의 육중한 구조물이 신비한 초현실의 세계로 빨려드는 느낌을 준다. 넘버원을 상징하는 조각과 뾰족한 삼각형의 안내소가 이채롭다. 산을 오르는 도로가 이어지며 산허리에 넓은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눈을 들어 산 중턱을 바라보면 중앙에 자연과 융합된 현대건축물이 보인다. 재생벽돌과 콘크리트로 마감된 수피아미술관이 견고함과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치형 건물 입구에는 소리의 울림과 내려다보는 전경이 탄성을 울리게 한다.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4월은 더욱더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초까지는 꾸준히 관람객이 몰려왔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거의 관람객이 드물었지만 탁 트인 청정지역이라 다시금 관심을 갖게 한다.

이번 3월 27일부터 7월 12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우리에게 온 숲’이다. 대구경북의 작가 3인과 서울작가 3인이 평면, 입체, 미디어를 선보인다. 수묵작업에서 오일 페인팅, 금속재료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전시기획의 고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조형표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봄을 여는 수피아미술관에 응원을 보내며 수필가 안병욱님의 ‘봄의 예찬’은 적어본다.

(중략)

“봄은 환희의 계절이다.”
“우울의 날이여 가거라,
비애의 날이여 사라져라,
절망의 날이여 없어져라.”
고목처럼 메말랐던 가지에 생명의 새싹이 돋아난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어붙었던 땅에서 녹색의 새 생명이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창 밖에 나비가 찾아오고 하늘에 종달새가 지저귀고 벌판에 시냇물이 흐르고 숲속에 꽃이 핀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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