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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사각사각 이야기-금곡동 아파트
[아침시단] 사각사각 이야기-금곡동 아파트
  • 김요아킴
  • 승인 2020년 04월 08일 16시 4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09일 목요일
  • 18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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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한 아이의 둥근 마음을 받았다

교무실 책상 위로 열대야가 확 풍기는 한 모금 과육을
아껴 집으로 데리고 갔다. 사각의 자동차에 태우고 차선을
질주하다 각진 경적을 울리며 사각사각, 핸들은 그 아이
마음 같았지만 어느새 각진 아파트주차장을 몇 번이나 돌
다 사각사각, 사각의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놓친 대가로
꼭대기 층에서 내려올 줄 몰라 사각사각, 기어이 사각의
현관문으로 입성하여 욕탕거울 속으로 비친 각진 얼굴을
지켜보다 사각사각, 사각의 TV화면 보다 더 크게 위층 거
실에서 쿵쾅거리는 각진 소리에 사각사각,

잠시 식탁에 앉아 그 아이의 마음을 마침내 마저 읽어
내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그 동글동글한 맛을

<감상> 몸이 사각형의 공간에 놓여있기에 현대인들의 마음은 뾰족하게 각이 진다. 사육되는 동물마저 닭은 A4용지만한 사각형에, 새끼돼지는 B4용지 사각형에 갇혀 있다. 먹는 음식은 시원하고 동글동글한 맛을 잃고 몸은 점점 비대해진다. 사각사각 둥근 원(圓)을 깎아 버리는 세상에서, 하루에 둥근 마음을 건네주거나 받는 경우가 몇 번 있던가. 학교에선 사각형의 교실과 책상과 의자에서 선생님을 향한 학생들의 시선과 마음은 각이 져 있다. 교사이자 시인은 잠시 사각형의 식탁과 의자에 앉아 학생이 건네 준 달콤하고 시원한 맛을 느끼면서 둥근 세상을 꿈꾼다.(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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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무 2020-04-17 10:14:55
세상을 둥글둥글하게~
요아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