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서에 ‘부여에서 명마가 나는데 과하마가 그것이다’, ‘고구려에는 높이 석 자쯤 되는 말이 나오는데 주몽이 탔던 말이 퍼진 것이라 하며 과하마라 부른다’ 등의 기록이 있다. 과하마(果下馬)란 말 그대로 말을 탄 사람이 과일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키가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하마는 지금의 조랑말이다. ‘조랑말’이란 명칭은 몽골어 ‘조로모리’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로모리는 ‘상하 진동 없이 아주 매끄럽게 달리는 주법’을 뜻하는 몽골어다. 조랑말은 몸집이 작고 왜소하지만 어떤 환경도 잘 적응하는 강한 체질이다.

7일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경주 쪽샘 지구 무덤에서 출토된 말 갑옷의 보존처리를 마치고 10년간의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쪽샘지구 무덤에서 발굴된 1600년 전 5세기 신라 전투마의 면모를 짐작할 수 있는 말 갑옷의 복원과정과 연구 내용이 실렸다. 그런데 신라의 전투마가 지금의 서양에서 들어온 말처럼 크지 않은 우리나라 재래 말인 조랑말 정도의 크기라는 것이 밝혀져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

신라 전투마의 어깨높이는 대략 120~136㎝로 지금의 조랑말 크기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모두 740장의 철 조각으로 만들어진 말 갑옷은 무게 36㎏이다. 전투마는 당시 장수의 몸무게를 60㎏, 갑옷까지 합치면 대략 70㎏이 되는데 말이 입은 갑옷까지 합쳐 110㎏ 이상의 무게를 견디며 전투를 벌여야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성진 연구원은 “어릴 때부터 계속 갑옷을 입혀 훈련한 전투마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무게”라고 한다. 신라의 기마병은 요즈음 조랑말 크기의 말을 타고 종횡무진 전투에 임했을 것이란 얘기다. 당시에는 이 정도의 말이 우량종이었을 것이라 한다.

경주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한 말 갑옷은 그동안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삼국시대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의 실체적 면모를 보여주는 고고학적 성과다. 6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말 갑옷 재현품과 마구류 일체를 전시할 계획이라니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제일 먼저 달려가 봐야겠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