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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열기…용두사미 아닌 화룡점정 매듭짓길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열기…용두사미 아닌 화룡점정 매듭짓길
  • 연합
  • 승인 2020년 04월 12일 16시 2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13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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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유권자 4천400만명 가운데 1천170만명 정도가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 참여했으니 4명 중 한명 꼴로 주권을 행사했다는 얘기다. 코로나 19 방역으로 여전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투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부 투표장 대기 줄에선 1m 간격의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엄격한’ 지적도 나왔으나, 큰 문제 없이 사전투표가 종료된 것은 질서 있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십분 발휘되었기에 가능했던 일로 믿고 싶다. 방역 부담도 덜고, 투표율도 높인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역사적인 사전투표가 완성된 셈이다. 이 여세를 몰아 2000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좀처럼 도달하기 힘들었던 ‘마의 60%’ 투표율을 시원하게 돌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천 년이 시작된 이후 총선 투표율은 17대 당시 60%를 턱걸이(60.6%)했던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50% 중후반대에 머물렀다. 심지어 18대에선 46.1%로 추락하는 투표율의 흑역사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기록된 사전투표율은 최근 20년간 투표율의 궤적과 추세를 놓고 봤을 때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직후 정치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민의 선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3년전 대선의 사전투표율 26.06%를 뛰어넘었으니 말이다. 애초 많은 전문가는 국민 사이의 정치적 냉소주의와 선거 무관심 등을 들며 이번 사전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묻지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뻔뻔한 의원 꿔주기, 상식을 벗어난 유권자 모독 수준의 막말 등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높은 사전투표율이 나온 것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도입된 제도와 예기치 않게 조성된 외부환경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돌발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19 전염병이다. 총선 당일인 15일 투표장에 많은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유권자들이 ‘자기방어적’ 관점에서 서둘러 투표를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제도적 측면에선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투표율 ‘효자 노릇’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오로지 정당용 득표로만 의석을 가져간다. 범진보·보수 양 진영의 다걸기 싸움에서 최종 의석 분포는 정당투표의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하면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가 일정 부분 설명된다. 광주·전남북의 사전투표율이 전국평균을 훌쩍 뛰어넘어 30% 중반대를 기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뚜렷한 대결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데도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1+1’격인 비례대표 정당투표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마땅치 않다.

사전투표율 결과를 놓고 정치권은 또다시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와 집권당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라는 유권자의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고,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한 ‘분노’가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의식한 투표율의 분산 효과라는 보수적인 시각이 더 냉철하고 유효한 해석일 것이다. 사전투표에 임한 유권자들은 대부분 거대 양당의 충성도 높은 고정표였을 가능성이 커서다. 사전투표일 기준으로 나머지 4~5일간의 정국 추이와 메가톤급 실수, 나라 안팎의 돌발변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확실한 정치적 신념과 지향에 따라 투표한 유권자층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여야 제정당은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당수 스윙보터, 즉 부동층에 겸허하고 호소력 있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난장판과 분탕질을 쳐도 유권자들은 높은 투표율로 화답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자, 착각이며, 자기최면이다. 더 나아가 ‘집토끼 유권자들은 무조건 우리를 찍게 돼 있다’는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지율과 투표율 모두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기보다 여야는 유권자가 행사하는 한표의 소중함을 어느 때보다 고맙고 절실하게 여겨야 한다. 코로나 19의 공포 속에 마스크를 쓴 채로 외출해서 길게 대기 줄을 서고 비닐장갑을 낀 상태로 선거사상 가장 긴 투표용지를 놓고 한표를 찍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비로소 셈이 가능해지는 한표 한표이기 때문이다. 비단 정치적 문제뿐 아니라 방역적 관점에서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이 60%를 크게 상회하길 기대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나머지 사흘간의 선거운동이 흡인력있고 건강하게 전개돼야 한다. 그래야 선거 당일까지 합산한 최종 투표율이 용두사미가 아니라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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