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혼탁선거의 형태는 다양했다. 제1공화국 자유당 시절 얘기다. 수개표를 하면서 개표 도중에 손가락에 인주를 묻힌 뒤 반대표가 확인되면 피아노를 연주하듯이 기표한 곳을 문질러 무효표를 만드는 ‘피아노표’란 말이 있었다. 반대표에다 아예 붓 대롱을 한 번 더 찍어 무효표로 만드는 ‘쌍가락지표’, 불을 끄고 개표한 ‘올빼미표’도 있었다. 심지어 야당 참관인에게 수면제가 든 닭죽을 먹여 잠들게 한 후 임의개표를 한 ‘닭죽 개표’도 있었고, 아예 투표함을 바꿔치기 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했다.

어리석은 유권자들을 매수하는 행위도 허다했다. 1960년대 한 켤레에 30~50원 하는 고무신을 돌려 표를 매수하는 ‘고무신 선거’가 있었고, 후보자들이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하는 ‘막걸리선거’란 말도 있었다. 지난 시절보다 유권자들이 현명해졌다고 하지만 이 시대에도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가 횡행하고 있다. 돈 선거나 무분별한 공약 남발을 보면 ‘고무신 선거’는 오히려 인간적이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빌미로 정부가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10만 원의 아동 수당과 별도로 40만 원씩, 모두 1조 여 원의 상품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지급 시점이 총선 이틀 전인 13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7세 미만 아동을 둔 209만 가구, 400만 명 정도의 유권자들에게 1조 원을 살포하겠다는 것이다. 또 소득 하위 70%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가 전 국민에게 주겠다 한다.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13조 원이 소요된다. 고무신 선거가 아니라 돈을 공중에서 뿌리는 ‘헬리콥터 선거’다.

여기에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부산을 찾아 느닷없이 불가 결론 난 ‘가덕도 신공항’론을 들고 나왔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조 원 규모의 방사광가속기 전남 유치 발언을 한 것은 관권선거나 다름 없다. 21세기의 ‘관권·고무신선거’다. 국가 미래는 위정자가 아닌 오직 유권자가 결정할 몫이 됐다. 4월 15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