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한태천 경운대학교 벽강중앙도서관장

오늘은 향후 4년간 국민을 대리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21대 총선 날이다. 사전 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들 한다. 나머지 유권자들은 오늘 투표를 하게 된다. 오늘 밤은 후보자들은 물론 유권자들까지 손에 땀을 쥐고 TV를 지켜보는 행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당선자와 낙선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는 한국이 코로나19를 가장 빨리 극복하고, 경기침체에도 잘 대처하여 경제 활성화로 세계 최강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란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21대 국회는 코로나19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경기침체를 막아야 하며,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려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 또한 20대 식물국회가 방치한 수많은 입법 사안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미래의 발전은 그릇된 과거의 청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진국다운 선거 문화 조성을 위하여 21대 총선을 통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할 것 몇 가지를 짚어 본다.

먼저 과거의 선거 홍보 방식을 버려야 한다. 코로나19로 선거 홍보 방식이 변화되면서 홍보에 대한 아쉬움은 모든 후보에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그렇게 요란스러운 선거 홍보를 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당선이 되고 누군가는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새로운 장이 펼쳐졌다. 온라인 선거 방식이 주효했고, 조용한 선거가 한 자리를 잡았다. 이번 기회에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을 버리자.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선거 방식으로 전환하자. 수반되는 문제점은 찾아서 규제하면 된다.

그리고 국민을 연령층으로 분리하여 분열시키는 행위를 버려야 한다. 정당들이 프레임을 만들어 연령대에 따라 유불리를 따지니 연령층 간에 갈등이 조장되기도 한다. 유권자들은 연령층에 따라 특정한 정파나 이념에 고정된 시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개인적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판단과 선택을 한다. 70살이 넘어도 스마트폰에 다양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는데 정치인들은 정당 기호를 강조한다. 그들에게 ‘노인은 문자 해독이 어려운 세대’라는 식의 60년대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국민은 말한다 “국민을 잘 모르는 유일한 자들이 정치인”이라고.

또한 사전 투표율을 자기 정당에 유리하다는 아전인수적 해석은 버려야 한다. 사전 투표는 “누구를 밀어주기 위해서” 또는 “분노가 폭발하여” 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 투표제는 선거 당일 투표 참여가 어려운 근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전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은 개인의 편의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머지않아 ‘사전 투표제’는 국민의 편익을 위해 투표일 자체를 3일간으로 늘리는 ‘투표 기간 3일’ 로 바뀔 것이다. 사전 투표율을 두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다선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정치인은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 지역주의에 편승하면, ‘새로운 인물’ 또는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역량과는 무관하게 정치 공학적 희생물이 될 뿐이다. 지역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정당이 안정적이면 TK 경우처럼 당내에서 물갈이 대상이 되고, 정당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호남의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들처럼 유권자들로부터 물갈이의 대상이 된다. 지역주의 앞에서는 정치인은 없고 정당만 있는 형국이 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버려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는 통합과 다양성이다. 통합을 주장하면서 특정 정파에 대해 선별을 하며 정당과 다른 선택을 한다고 내치는 행위, 다양성을 주장하면서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는 정치인을 내치는 행위는 보수나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위이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헐뜯는 것은 통합의 가치도 다양성의 가치도 아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비열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해 특정인을 아프게 하는 막말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막말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이번 총선 때는 막말을 많이 했던 정치인들이 상당히 걸러지는 듯하다. 일부는 공천에서 탈락하였고, 일부는 공천은 받았지만 선거 기간에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나머지 일부 정치인은 투표로 정치 현장에서 배제되는 듯하다. 언어 표현을 습관이라 할 수 있다면, 정치인은 평소에 막말하는 그릇된 습관에 물들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헐뜯기를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여권의 후보자가 상대 후보의 이름을 거명하며, “그 후보 너무 미워하지 마라. 저도 너무 미워하지 마라. 우리는 어차피 서로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하는 처지다.”라고 했다. 참 아름다운 표현이고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추방하고 서로 위로하고 함께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민주적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천한 공천 행위는 버리고 가야 한다. ‘절차는 공정하고, 기회는 균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이 말을 부정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정당 지지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 일부 정치인에게는 참여의 기회도 주지 않고, 유권자에게는 의사도 묻지도 않은 채 중앙당에서 일방적인 공천을 한 경우가 있었다. 절차적 정의를 확립하기 위하여 이런 공천 방식은 버리고 가야 한다.

21대 국회가 구성되면, 국민은 지지와 후원과 격려를 보내고,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선거 방식을 찾고, 연령층과 사전 투표율에 대한 아전인수식 해석,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행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행위, 국민을 아프게 하는 막말,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완전히 버리고 가야 한다. 이런 것들은 코로나19 극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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