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대구경북은 산도 많고 강과 호수도 많다. 오죽하면 대구와 근교지역을 포함하여 물의 도시라 했던가?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못이 제일 많은 곳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못은 없어지고 택지로 전환되어 도시에는 일부에 적당한 크기의 호수만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언론을 통하여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에 혼신지라는 아담한 못이 있고, 못 옆에는 혼신지 주택이 있다고 소개되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SPLK 건축사무소 김현진 소장의 솜씨로 디자인된 세컨 하우스였다. 이 건축공간은 국제적사진가 헬렌비네가 몇 일 간 머물며 촬영했다 하여 그 명성이 더욱더 알려졌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지에 대하여 궁금하였다.

작년 6월 말 비가 오는 초여름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부슬비가 오는 날씨에 산허리를 돌아 오르막 내리막 하다가 청도 혼신지 못이 나타났다. 작은 호수 바로 옆에 아담한 전원주택들이 눈에 들어오고 언론에서 본 혼신지 주택이 보였다.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 공간의 건축으로 외장구조의 재료가 일반주택과는 차이가 있었다. 전경의 호수를 끌어들이기 위하여 넓은 유리창이 전면에 보이고 두 개의 입체물 매스로 이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주택 안쪽을 보니 여러 사람들이 소모임을 하는 것 같아 밖에서만 분위기를 파악하고 발길을 돌렸다. 적당한 넓이의 혼신지 연못에 활짝 핀 연꽃과 함께 첫 번째 답사는 단편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청도 혼신지 주택
청도 혼신지 주택

이번 사월에 글을 쓰기 위해 두 번째 혼신지를 찾았다. 날씨가 맑았다. 복사꽃과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산기슭에 위치한 이곳에 도착하고는 조금 놀랐다. 일 년 전 그 아름다운 못 둑길이 새롭게 넓어져 있었고 호수의 자연환경도 생명을 잃은 것 같았다. 혼신지 주변에는 여러 연립주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아! 경제활동의 개발이익이 여기까지 스며들었구나, 하고 아쉬움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다시 본 혼신지 주택은 공간의 깊이와 고요함을 잃지 않고 말없이 주변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일상의 시간 속에서 자아를 볼 수 있었고 사색의 리듬을 펼칠 수 있는 건축으로서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한의 공간이었다. 임산배수를 끌어안은 작지만 울림이 있는 건축미학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언론에 소개된 내용으로도 내부구조는 대략 그려지기도 하였다. 총면적은 대지가 843㎡이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60여 평의 공간으로 되어있다. 건축주의 혜안으로 열정 가득한 건축가를 만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본질적인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오후의 호수는 사유를 익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호수 멀리서 주택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다른 주택으로 인하여 오히려 미니멀 모양이 더욱더 두드러진다. 연꽃은 아직 이른 시기라 휑하니 감동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차를 몰고 몇 분 거리의 청도천으로 나왔다. 낚시하는 강태공들이 코로나 때문인지 많이 보였다. 청도의 강과 혼신지 연못. 그리고 산기슭에 펼쳐진 혼신지 주택, 이러한 모든 요소를 거실과 욕실까지 끌어들인 열정의 건축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혼신지 주택과 함께하는 청도는 이름 그대로 맑고 아름다운 청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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