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등 해외 언론 관심 집중…선거 유세 분위기 변화도 주목받아
블룸버그통신 "다른 국가에 본보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지산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 앞에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를 두고 줄지어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해내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거가 연기된 가운데 15일 한국에서 예정대로 총선이 실시 되자, 이 같이 평가했다.

BBC는 15일(현지 시간) ‘코로나 바이러스 : 마스크·진료소와 함께하는 한국 총선(Coronavirus: South Korea holds elections in masks and clinics)’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장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유권자들이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져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뒤 손 소독·비닐장갑 착용·체온 측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꼼꼼한 방역절차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또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설치된 표식에 맞춰 서서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한 젊은 여성 유권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국민 참여도가 낮을 수 있어 선거가 연기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표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라 비커(Laura Bicker)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은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사전투표의 모습은 ‘침착’ 그 자체”라고 전했다.

또한 사전투표율이 26%를 기록한 점에 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감염 공포는 투표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거 유세 분위기 변화 또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유세 기간에는 시끄러운 스피커를 단 승합차가 창문 밖에서 큰 소리를 내고, 후보들과 직원들은 곳곳에서 소리를 지르는 요란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반면, 올해는 대규모 집회 대신 마스크를 쓴 채 먼 거리에서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주먹이나 팔꿈치 인사로 악수를 대신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월에는 경기 둔화와 일자리 창출, 북한과의 대화 교착이 정치적 대화를 지배했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를 이룬다며 코로나19가 유세 내용도 바꿨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에서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퍼진 이래 가장 큰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의 바이러스 선거가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일부 주가 대선후보 경선을 미루고, 프랑스는 감염자 수 폭증으로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러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선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으며 프랑스는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함에 따라 결국 2차 투표를 미뤘다.

폴란드도 오는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BBC는 끝으로 “이번 선거가 한국 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있으나, 현재 한국이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가운데 무엇이 가능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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