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15 총선이 끝이 났다. 국민이 선거에 몰두돼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는 코로나19의 무서움을 잊고 지냈다. 단지 2개월의 짧은 기간에 한 종(一種)의 ‘바이러스’가 전통적 인류경제를 파탄시키고 급격한 경제 재편과 구조조정을 세계에 요구하고 있다.

수출의존국 대한민국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는 비관론을 내고 있다. IMF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2020년대 세계 경제에 가장 어두운 영향을 미칠 28개의 디스토피아(dystopia) 과제를 발표했다. 당시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겼는데 ‘기후변화 실패’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질병’이 최고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진단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작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침투된 세계 156개 국의 확진자 수가 202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 수도 12만 명을 넘었다. 역대 전쟁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12만 명이 목숨을 잃은 전쟁은 없었다.

코로나19의 특징은 나와 누군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는 것도 앞으로의 상황을 아무도 모르기(Nobody knows) 때문이다. ‘아무도 모른다’면 모든 경제활동은 멈출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시체와 같다는 의미의 ‘좀비 경제’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전통 제조업과 대면(對面) 서비스업 등이 서리를 맞았다.

호텔, 여행사, 식당, 영화관 등 서비스업종 대다수가 문을 닫거나 부도 직전에 놓였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 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와 해양산업인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대규모 제조업 등이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수출 절벽으로 국내 공장의 일부 라인의 가동 중단을 노사가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골목상권까지 찾는 사람이 없어 소상공인들의 비명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저신용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총 2조7000억 원의 ‘1000만 원 긴급대출’과 소상공인 지원대출 (5조8000억 원)도 소진이 다 된 상태로 더 이상 코로나 정책 대출은 없을 것이라고 IBK기업은행 측은 밝히고 있다. 지난 한 달 정부가 지급한 실업급여액이 무려 9000억 원에 이르고 수출도 이달 들어 1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6%가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을 선봉에서 타개해야 할 문재인 정부 경제팀 수장은 여태껏 청와대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는 ‘예스 맨’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활동 지원 책임을 맡고 있는 장관도 본업을 팽개친 채 청와대와 정치권이 관심을 두는 마스크 공장만 찾는다는 항간의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부처 내에서조차 소속 공무원들이 산업부가 아니라 ‘마스크부’라는 자조 섞인 한탄의 소리가 뒷이야기로 흘러나오고 있다. 주무 경제 장관들의 이런 처사로 기업회생 여부가 경각에 달린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경제계는 합창이라도 하듯 코로나의 경제 침체 사태를 풀기 위한 유일한 돌파구는 기업을 반시장, 반기업 정책의 족쇄에서 해방을 시켜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좋은 사례로 지금까지 규제에 묶였던 원격의료 진료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허용돼 코로나 대응에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고 씨젠이 코로나 초기에 진단키트를 즉각 개발한 것도 정부가 규제를 제때 풀어줬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붉은 깃발 뽑기’ 등의 각종 규제혁파를 내걸었으나 모두 말 잔치로 끝났다. 역대 정부의 이런 말 잔치는 경제에 이념을 덧씌워 시장원리를 외면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들에게 반시장 정책을 없애고 부작용이 큰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무 등의 정책은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반시장 정책 기조에 기업을 묶어두면 한국경제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코로나에 질식된 경제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의 상황으로 바꿀 획기적 경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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