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작은 화타와 함께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의다. 채나라 왕이 편작을 불러 건강검진을 했다. “지금 폐하의 병이 표피에 끼어들어 치료를 받아야 되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멀쩡한데 병이 있다니 그만두시오.” 왕은 편작이 나가자 편작을 힐난했다. “명의란 자들은 병이 없는 사람을 병이 있다고 겁을 줘 치료한다면서 명성을 판다”

10일 후 편작이 다시 입궁, 2차 검진을 했다. “병이 피부 밑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치료를 서둘러야 되겠습니다.” 왕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편작은 그대로 되돌아갔다. 10일 뒤 다시 와서 검진을 했다. “병이 장과 위에까지 번져 치료가 화급합니다.” 그래도 왕은 묵묵부답이었다. 편작은 굳은 표정으로 궐문을 나섰다.

10일 뒤 다시 진찰하러 입궁한 편작은 왕을 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 왕은 급히 신하를 시켜 편작이 아무 말도 없이 가버린 까닭을 물어 오도록 했다. 편작을 만난 신하는 물었다. “어째서 그냥 돌아 가버리셨습니까?” “병이 겉에 있을 때는 탕약으로 다스릴 수 있소. 병이 피부 밑으로 스며들면 금침이나 석침 등 침으로 치유가 가능하오. 병이 위나 장에 번졌으면 열을 내리게 하는 약으로 낳게 할 수 있지만 병이 골수까지 파고 들면 어떤 처방도 낳게 할 수 없소.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소.” 그로부터 5일 뒤 전신이 쑤셔 견딜 수가 없게 된 왕은 그 길로 저세상 사람이 됐다.

“선거는 표를 얻는 것이다. 표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많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을 겨냥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제1 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김종인 대표의 출사표다. 당시 이해찬 의원을 비롯, 친노 세력과 운동권 강경 골수들을 잘라내는 등 쾌도난마로 야당의 골수에 박힌 환부를 도려내고 죽어가던 야당에 활력을 불어넣어 결국 총선에 승리, ‘정치편작’이란 별칭이 김종인 대표에 붙여졌다.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수도권의 졸전으로 참패했다. ‘코로나 블랙홀’은 통합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치편작’ 김종인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 전력투구도 삼켜버렸다. 팔순 노구의 눈물진 노고가 허사가 됐다. 시운이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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