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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트레킹] 4. 영덕 블루로드, 목은(牧隱) 사색의 길
[힐링&트레킹] 4. 영덕 블루로드, 목은(牧隱) 사색의 길
  • 글·사진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 승인 2020년 04월 16일 21시 0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17일 금요일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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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과 맞닿은 짙은 소나무향 가득한 길에서 사색을
블루로드 c코스가 해파랑길22구간임을 알리는 표지판.

여럿이 모여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이라 이번에도 내자(內子)와 함께 영덕 블루로드 중 오롯이 산행을 통한 코스 탐방이 이루어지는 일정으로 ‘목은(牧隱) 사색의 길’을 두 번에 걸쳐 걸었다. ‘영덕 블루로드’는 이미 많은 탐방객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로 총 길이 64.6㎞에 달하는 해안도보 여행지이다.

부산 오륙도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여㎞의 동해안 길을 걷는 ‘해파랑길’ 50개 구간 중 22구간에 속하는 ‘블루로드(BLUE ROAD)‘의 의미가 퍽이나 흥미롭다. ‘B.L.U.E’의 ‘B’-Beach(맑고 푸른바다), ‘L’-Light(새로운 빛), ‘U’-Utopia(언젠가 가보고 싶은 관광목적지), ‘E’-Energy(희망의 에너지)로 영덕군 홍보사이트에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총 64.6㎞ 구간을 4개 코스로 나누어 각 코스마다의 아름답고 낭만이 넘치는 명칭을 달아 찾아오는 길손들에게 그 의미를 더욱 멋지게 느끼게 한다.

목은 이색 기념관과 이색의 석상.

첫째는 ‘쪽빛 파도의 길(D코스)’로 포항. 영덕 경계의 ‘대게공원’에서 시작하여 장사해수욕장과 삼사해상공원을 거쳐 강구터미널까지 14.1㎞(4시간 반 소요)이며 둘째는 ‘빛과 바람의 길(A코스)’로 강구터미널에서 고불봉을 넘어 풍력발전단지로 내려와 해맞이공원까지 17.5㎞(6시간 소요)이며 셋째는 ‘푸른대게의 길(B코스)’로 해맞이공원에서 대게원조마을과 죽도산을 거쳐 축산항, 남씨 발상지 까지 15.5㎞(5시간 소요)를 말하며 마지막 넷째구간인 ‘목은 사색의 길(C코스)’은 남씨 발상지에서 대소산 봉수대를 넘어 목은이색기념관이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을 지나 고래불해수욕장까지 17.5㎞(6시간 소요)를 잇는 이름에 걸맞은 코스로 개발되어 있다.

지난달 28일, 집에서 늦게 출발하여 7번 국도변 국수집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영해로 향했다. C코스를 종주하려면 이동차량이 문제라 우선 영해 괴시리 전통마을에 주차를 하고 축산항까지 역(逆)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정을 먼저 잡았다. 블루로드길의 4개 구간 중 산행코스가 포함된 C코스는 필자도 가보지 않은 코스라 생소하기도 하고 솔숲으로 이어진 산등성이를 걷노라면 또 다른 묘미가 있을듯하여 택한 곳이다.

괴시전통한옥마을 뜰에 핀 자목련에 봄이 내려 앉았다.

괴시리마을을 지나 ‘목은(牧隱)이색기념관’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블루로드길이 나 있다. 늦은 시간이라 서둘러 산행을 재촉했다. 기념관을 왼편에 두고 오르는 산길에는 인적이 없는 적막(寂寞)이 내려앉았고 빼곡한 솔숲 사이로 난 길에는 솔잎이 갈색융단처럼 깔려 걸어가는 산객이 미안할 정도로 아늑하고 사각대며 밟히는 소리마저 정겹게 들린다. 봄꽃의 전령사인 진달래가 활짝 웃으며 길손을 반기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한편의 시어(詩語)로 들려온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마을 사람들을 위한 운동시설이 놓여 있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정자도 있다. 산등성이로 난 솔숲길마다 ‘블루로드길’표식과 ‘해파랑길’리본이 심심찮게 나부끼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소나무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 향내와 시원한 산바람까지 어우러져 자연 속의 풍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산행길이라 찌든 일상을 씻기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 오후의 봄볕과 함께 찾아온다. 짙푸른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너른 영해평야를 바라보며 자리 잡은 묘소에도 볕이 반짝이며 따사로운 봄이 나른한 행복에 젖어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호젓한 산길을 걷다 보니 ‘망일봉(望日峰)’에 얽힌 조선 중기 문인 주세붕(周世鵬 1495년~1554년)이 부친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달려와 지은 효성 지극한 사연의 시(詩)와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년~1396년)이 고향 영해를 그리며 쓴 한시(漢詩)를 담은 안내판이 세워진 망일봉에서 시를 읽으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 옛적 고려말 충신이며 재상이요 대사상가, 대문호로 명성을 날린 이색의 탄생지이기도 한 이곳 영해 괴시리에서 축산까지 이어진 산길을 ‘목은 사색의 길’이라고 할 만큼 목은의 사상과 ‘불사이군(不事二君·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의 충정이 배어있는 숲길이라 더욱 진한 여운을 느끼며 다시 산길을 걷는다.
 

관어대 탐방로 갈림길의 이정표.

‘관어대(觀魚臺)’전망대로 갈라지는 길을 지나 곧장 내려선다. 급경사를 내려서니 ‘사진-괴시리간 임도’라는 표지판이 나오고 다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 한옆에 돋아난 봄나물을 캐는 내자의 손놀림에 봄의 향기가 묻어나고 더 이상의 전진이 어려울 시간이 되어 아쉽게도 오던 길을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후일을 기약하고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 괴시리 쪽으로 간다.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솔숲사이로 3월 끝자락 봄볕이 길게 스며들어 돌아가는 산객을 배웅하는 산길을 내려서니 황혼에 젖은 ‘목은이색기념관’이 고즈넉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일주일 더 기다려 지난 4일 다시 영해로 향했다. 차량 이동을 위해 평소 자주 근교산행을 하는 후배에게 지원요청을 해 영덕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따로 출발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즘으로 새롭게 등장한 드라이브스루(Drive thru) 수산물판매가 이곳 영덕휴게소에서도 이뤄지고 있어 광어회와 멍게를 사들고 영해 괴시리전통마을 주차장에 닿았다. 돌아올 차편을 위해 후배와 함께 ‘대소산 봉수대 가는 길’입구 주차장에 한 대를 주차해 놓고 다시 괴시리로 뒤돌아와 산행을 시작한다.

괴시리마을은 옛적 함창김씨 집안이 처음으로 집성촌을 이뤄 살아 이색 선생이 외할머니(함창 김씨)댁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으로 목은 생가지와 목은기념관이 있고 전통한옥마을이 조성되어 현재는 영양 남씨 집성촌이 되어 이어가고 있다. ‘괴시(槐市)’라는 마을이름은 목은선생이 젊어서 중국 원나라 유학할 때 생활하던 ‘괴시’와 고향 ‘호지촌(濠池村)’(당시 이름) 모습이 흡사하다 하여 귀향하여 붙인 이름으로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전통한옥들의 반들거리는 기와지붕을 뒤로하고 다시금 ‘목은 사색의 길’로 들어선다. 처음 만나는 정자에서 가져간 광어회와 멍게를 풀어 곡차와 함께 간식으로 맛나게 먹고 지난주에 갔던 ‘사진-괴시리 간 임도 갈림길’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동해바다가 소나무 사이로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그새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며 내려간다. 거센 바람이 산등성이를 휘몰아치고 봄을 시샘하는 듯 차갑다.

동해에 떠오르는 둥근달을 본다는 망월정.

동해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봉우리에 닿으니 ‘망월정(望月亭)’이란 현판을 단 정자가 우두커니 산객을 맞는다. 망망대해 동해에 떠오른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란 이름의 봉우리에서 잠시 눈을 감고 망월의 감을 느껴 보고 내려서니 ‘사진구름다리’가 나온다. 사진리와 괴시리를 잇는 포장도로가 산길을 막아 구름다리로 연결되었다. 구름다리를 건너 대소산 봉수대까지는 2㎞ 남짓 걸린다.

봉수대와 KT통신탑, 신.구시대의 통신시설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

바닷바람이 잦아들 줄 모르는 사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니 저만치 봉수대와 KT통신탑이 보이고 한 구비 더 오름 짓 끝에 대소산(282m) 봉수대에 닿았다.

돌을 쌓아 올려 둥글게 만든 봉수대의 모습.

둥글게 돌을 쌓아 만든 봉긋한 봉수대와 철제로 엮어 높게 쌓아 올린 통신탑이 한 공간에 서 있다. 구시대와 신시대의 통신수단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라 색다른 느낌이 든다. 옛날 외침(外侵)을 조정에 알리기 위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전달하던 봉수대를 둘러보며 옛 조상들의 지혜로움과 잘 보존된 모습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대소산 봉수대에서 바라본 축산항과 죽도산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해안으로 밀려드는 하얀 포말의 파도와 푸른 동해바다 모습 또한 시원스럽다.

포항과 영덕 경계지점인 ‘대게공원’에서 시작하는 ‘블루로드’가 대부분 해안 절경을 무대로 걷는 코스인데 반해 A코스의 고불봉길과 여기 C코스의 ‘목은 사색의 길’ 산행길이 숲 속을 걸으며 유유자적할 수 있는 ‘힐링&트레킹’의 진수(眞髓)를 맛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봉수대를 내려와 봉수대 입구 주차장에서 블루로드 C코스 중 산행코스 8Km 구간의 끝마무리를 했다. C코스의 끝 부분은 괴시리에서 대진해수욕장까지 포장도로를 가야 하고 대진리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도 지루한 포장길을 걸어야 하는 코스라 도보 여행자들에게 다소의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영덕 블루로드’길은 해안명승과 옛 현인들이 즐겨 찾던 사색과 명상을 함께하는 숲길이 있어 정말 멋진 트레킹로드다. 강축해안도로(강구-축산간)를 따라 이어지는 블루로드 해안드라이브를 즐기며 이번 ‘걸어서 자연 속으로’의 일정을 마쳤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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