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種子)는 살아 숨 쉬면서 다음 세대를 재생산할 수 있는 유기체다. 종자 중에서도 ‘토종(土種)’은 지역 환경과 여건에 맞는 종자다. 토종은 지역의 토양에 잘 맞아서 누구라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오랜 기간 한 지역에 적응해서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아도 병치레가 적고 환경 변화에도 잘 견딘다. 토종이야말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보장하는 종자인 것이다.

신품종 종자는 첫해에는 수확량이 많지만 다음 해에는 씨를 심으면 쭉정이가 되거나 아예 씨앗이 영글지 않아 씨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옛날 농민들은 매해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지어 왔지만 종자의 주권을 잃어버려서 다국적 기업이 한국 종자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종자 시장처럼 경북·대구(TK) 정치권에도 그간 ‘토종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주고 사온 종자처럼 ‘무늬만 TK’인 국회의원들은 지역민들로부터 국회에만 입성하면 지역 실정을 제대로 알지 못할뿐더러 지역에 큰 애정도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들어왔다. 그런데 지난 4·15 총선에서 ‘토종 TK’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다수 배출됐다. 태어난 곳만 경북·대구인 ‘무늬만 TK’가 아니라 TK에서 태어나고,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지역에서 나온 당선자가 다수 배출된 것이다.

토종이 최소 20년 넘게 한 지역에서 고착화 돼 그 땅에 적응한 종을 말하는 것처럼 사람도 대략 그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나와야 토종이라 할만하다. 21대 총선에서 TK 지역 출신 당선인 30명(지역구 25명·비례대표 5명) 가운데 지역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경북대(7명)와 영남대(7명), 계명대(2명), 대구가톨릭대(1명) 등 지역 대학까지 나온 당선인이 17명이나 됐다. 경북대는 초선만 무려 5명이나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지역 대학 출신이 7명에 불과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토종 TK’ 정치인들은 지역 실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헌신할 것으로 믿는다. 토종 TK 정치인들이 지역 발전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에도 주도적 역할을 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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