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출마 10번의 선거 지역주의 극복 평생 바친 험난한 여정 담아

이성훈 전 대구MBC 보도국장이 아버지 이육만 더불미 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일대기를 채록하고 있다.이성훈 씨 제공
장밋빛 희망도 성공적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이다.

신념을 위해 장밋빛을 포기한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싹을 틔우는 노력으로 평생을 보낸 사람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계절은 봄이지만 코로나 19로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 요즘, 동토(冬土)에서 꽃을 피운 인동초 인생은 어느 때보다도 가슴 가득 울림을 준다.

불가능을 알면서도 소신을 위해 나아간 삶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아무도 말을 할 수 없다.

‘보수의 심장’ 경북에서 ‘진보의 상징’인 인동초를 피우기 위한 가시밭길 인생이 한 권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그것도 아들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쓴 것이어서 더욱더 감동을 주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가 남들이 누리는 평범한 행복을 포기하고 신념을 선택한 대가로 인해 성장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불이익을 많이 감수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러한 아버지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자체가 현대인에게 깊은 성찰의 계기를 주고 있다.

세상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 시대에 자기의 생각을 실천하는 삶도 헛되지 않다는 길을 제시해주는 책 ‘영남 인동초(忍冬草)’가 발간됐다.

이 책은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이육만(84) 상임고문의 장남인 이성훈 전 대구MBC 보도국장이 아버지의 일생을 기록한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일생을 기록한 ‘子서전’인 것이다.

이육만 상임고문은 야당 불모지 영남에서 독립운동하듯 험난한 야당 정치인의 길을 고집하며 묵묵히 걸어왔다.

이 상임고문은 당선 꿈꾼 적 없는 40년 가시밭 외길을 책에서 말한다.

“사람들은 내리 3번씩이나 선거에 출마한 나 보고 국회의원 병에 걸렸느니 어쩌니 말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당선된다는 생각으로 출마한 적은 없어.”

‘육손이’로 태어난 아버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화자로 내세워 아버지가 지나온 길을 덤덤하게 그렸다.

신문기자였던 이 고문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때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연을 맺는다.

그 인연을 40여 년간 이어오며 이른바 ‘DJ 정당’ 정치인으로 ‘불모지’에서 3차례 출마하는 등 10번의 선거를 치렀다고 한다.

당선이 불가능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산을 탕진해 가며 민주당 계열 뿌리 당원으로서 지역주의 극복에 평생을 바친 그는 영남지역 민주당 역사의 산증인이다.

아들은 그를 ‘영남 인동초’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우직한 삶이 갖은 고초를 겪었음에도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보여준 김 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김 전 대통령이 인동초라면 그 거목에서 영남으로 갈라져 나온 가지로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는 의미로 책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아들은 전쟁고아들과 함께한 청소년기, 기자 시절, 교단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시기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버지 일대기를 서술했다.

어둡던 야만의 시절 인혁당 당수로 사형당한 도예종과 인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애환도 엿볼 수 있다.

아들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20번 넘게 이사를 한 가족 애환과 야당 정치인으로서 무기력함에 고뇌하는 아버지 내면세계를 잔잔한 필치로 그려냈다.

아버지 삶을 정리한 이성훈 전 대구MBC 보도국장은 이 책을 ‘자서전(子敍傳)’이라 칭한다.

그는 책을 쓰는 동안 부모님의 고단한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성장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들이 치유됐다고 한다.

저자는 “세상의 많은 아들, 딸들에게 지금 당장 부모님 삶을 기록하는 시간 여행을 떠날 것”을 권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