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쉰다' 237만명…사상 최대
청년층 20대 '쉬었음' 인구 급증…도·소매 등 저숙련 서비스 타격 커

3월 고용동향 통계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임시·일용직, 여성, 청년층 등 고용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임시·일용직의 경우 지난 1989년 통계 집계 이래 취업자 감소 폭이 가장 컸으며 규모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수준으로 분석됐다.

대구의 경우 지난달 고용률은 53.6%로 지난해 57.6%에 비해 4%p 감소해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율을 보였으며 경북도 60%로 지난해 61%에 비해 1%p 감소했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임시·일용직 취업자는 549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59만3000명이 줄었다.

임시·일용직 취업자의 총 규모는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2월의 548만6000명 이후 가장 적었으며 상용직은 45만9000명이 늘었지만 2월 증가분 61만6000명에 비교했을 때 증가세가 꺾였다.

성별로는 여성의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취업자 증감 현황을 보면 총 19만5000명의 취업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남자는 8만1000명이 감소하고 여자는 11만5000명이 감소했다.

나이별로는 20대에서 취업자 감소가 가장 높았다. 지난달 총 17만6000명이 감소해 지난 2013년 3월 18만 명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여성의 경우 임시직 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20대의 경우 역시 대면접촉이 많은 음식·숙박업과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종 등 임시·일용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높아 고용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들도 최근 13개월 내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단념자는 일할 능력과 의지가 있고 최근 1년 이내 구직활동을 한 경험도 있으나 노동시장 상황 등 비자발적 이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지난달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4000명이 늘어난 58만 2000명으로 지난해 2월 58만3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구직단념자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세를 이어왔지만 7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됐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 계획이 없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도 지난달 236만 6000명으로 지난해 200만 명보다 36만6000명이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지만 병원 치료나 육아, 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구와 증가 폭 모두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가장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41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5.8%가 증가한 10만9000명으로 늘었다.

20대에서 증가 폭 10만 명과 전체 인구가 4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다음으로는 40대에서 29%, 50대 16.4%, 60세 이상이 11.2%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쉬었음’ 인구는 정년퇴직이나 은퇴 등으로 경제활동을 마무리하는 연령대에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20대의 비중이 17.4%로 60세 이상 비중은 42.1%에서 39.6%로 2.5%p 줄었지만 20대의 비중은 15.2%에서 17.4%로 2.2%p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SNS를 통해 “20~30대에서 비경제 활동 인구 증가가 두드러진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보건 위기 특성상 신규 취업시장 구인 급감 외에 대면 접촉 기피로 인한 구직활동 자체가 소멸하는 현상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인구 급증과 구직단념자가 증가로 전환한 것은 고용시장 예후가 나쁘다는 징후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쉬었음’ 인구가 청년 위주로 증가 추세를 보여오긴 했지만 이번에 대폭 늘어난 것은 코로나 19 영향 때문”이라며 “작년 하반기 20대 고용이 중점 회복됐던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여가·스포츠업 등 저 숙련 서비스 업종이 이번 코로나 19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노동 시장의 정책 목표는 ‘코로나가 없었던 것처럼’이 돼야 한다”며 “코로나 이전에 일하던 사업체에서 코로나가 지나갔을 때 다시 그대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상황에 맞게 일부 보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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