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지난 4월 16일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2020년도 2회 추경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판별기준은 2020년 3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직장가입자 가구는 23만7652원, 지역가입자 가구는 25만4909원, 지역과 직장 혼합가구는 24만2715원 이하면 해당한다. 4.15총선 기간에 민주당과 통합당이 전 국민 지급을 주장했고 정세균 총리도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평등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게 평등의 원칙에 부합된다. 평등은 재산과 수입의 다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이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평등의 의미는 4가지로 압축된다. 법 앞에서 평등, 사회문화적 차별 금지, 기회의 평등, 경제적 평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중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경제적 평등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의미다. 여기에 복지에서의 평등도 더해져야 한다. “구빈(救貧)에 국한하지 않고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여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보장해야 한다”라는 의미이다. 국가의 역량이 경제적 평등과 복지적 평등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정부의 정책에 무게중심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정책은 불평등이 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대상자나 차상위계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이 계층에 대한 복지정책은 앞으로 한층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를 따져보면 코로나19 사태에서 이들의 삶의 질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반면 대부분 자영업자가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정규직 및 비정규직 직장인은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은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차상위계층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심각한 복지의 불평등 현상이다. 지금 대부분 국민이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을 받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지, 특정한 계층만 그러한 삶을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세금을 낸다. 많이 버는 자는 많이 내고, 그럭저럭 버는 자는 그만큼 세금을 내며, 차상위계층은 적게 내고, 기초생활보장대상자는 거의 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평등이다. 국민이라면 자신의 재산과 수입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자와 그럭저럭 내는 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지분을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세금도 내고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면 차별이 된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가진 자가 이중으로 차별받고 가지지 못한 자가 이중으로 혜택을 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민주주의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모두를 차별하지 않는 정치이념인데도 말이다.

재난지원금은 2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생활고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를 촉진하여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이다. 평등의 의미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고, 이러한 정책이 빠른 소비에도 부합된다.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기존의 소득 하위 70% 선에서 계획한 예산 내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 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정부 일각에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상위 30%에게는 연말에 세금으로 환수하자”라고 제안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넘어 얍삽한 행태이다. 정부의 정책은 당당해야 하는데 말이다.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경제적 평등과 복지에서의 평등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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