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학 혜명학술원 원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 경진월(庚辰月)에 실시된 21대 총선은 예상을 완전하게 뒤엎을 만큼 엄청난 선거결과였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중간평가의 선거로 예상하고 범보수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도리어 180대 103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집권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보수파의 완패였고 필자의 잘못된 예측이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절호의 기회를 놓친 보수의 분열과 전략의 부재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 정권심판이 함몰되어 영남권의 65석 가운데 58석을 보수진영이 차지하고, 호남권의 28석은 진보의 무소속 1석을 제외하고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고 민생당은 완전몰락했다. 수도권과 충청권은 항상 선거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는데, 미래통합당은 서울 8석(총 49석), 인천 1석(13석), 경기 7석(59석), 충남 5석(11석), 충북 3석(8석)등 149석 중 겨우 24석만 얻을 만큼 중도층의 지지도 잃어 중원싸움에서 참담하게 패했다.

특히 이번 참패의 큰 요인으로 여야의 박빙의 승부처에서 본투표에서 이겼으나 사전투표에서 보수진영이 거의 100% 가깝게 역전패를 당하여 여야의 의석 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현재 일부 보수층에서 사전투표의 부정선거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어, 그 결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정국의 변수로 남아 있다.

문 정부 3년 동안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불법 선거개입 의혹, 조국 사태 등 대형 권력형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지만,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탄핵정국 이후 큰 변화의 개혁과 반성이 없었다. 또한 매번 정국을 강타할 전투력이 약했고, 전략적인 면에서 한 방의 부족, 선거기간의 리더십의 부재, 공천파동 및 막말파동으로 수도권의 민심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에 이어 2020년 총선까지 연속 4연패라는 참패를 당하였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경(庚), 신(辛), 임(壬)의 천간이 올 때는 정치적인 변동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큰 전환기를 가져왔다. 1388년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을 장악한 이성계와 정도전, 조준 등의 혁명파는 1389년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즉위시켰다. 1390년 경오년(庚午年)에 수도를 한양으로 천도하고, 1391년 신미년(辛未年) 조선 초기 양반관료사회의 경제 기반인 과전법을 시행했다. 1392년 임신년(壬申年)에 정몽주가 제거되고 7월에 조선왕조가 개창된다. 경신 대기근(庚辛大飢饉)은 조선 현종 재위 기간인 1670년(경술년)과 1671년(신해년)에 있었던 대기근이다. 한국 역사상 전대미문의 기아 사태로 거의 조선 인구의 20%가 죽어갔다. 1672년 임자년도 수천 명이 전염병으로 죽었다.

1950년 경인년(庚寅年)은 국회에서 경자유전의 농지개혁법안이 통과되고, 5월 30일 대한민국 제2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어 210석 가운데 범 여당이 겨우 57석에 그쳐 야당이 압승했다. 6월 25일 한국전쟁과 9월 인천상륙작전이 일어났다. 1951년 신묘년(辛卯年) 국군이 다시 서울에서 퇴각하는 1·4후퇴가 있었다. 1952년 임진년(壬辰年)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폭동사건이 발생하고, 부산 정치파동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발췌개헌안이 통과되어 이승만이 당선되었다.

1960년 경자년(庚子年) 3·15부정선거가 자행되었으나 김주열 열사의 사체가 기폭제가 되어 4·19혁명이 일어나 제1공화국의 자유당정권이 몰락하고 허정 과도정부를 거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에도 4·19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문구가 있을 만큼, 4·19 혁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첫 승리였고 근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직접 정권을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정치적 의의를 가진다. 이후 제2공화국이 들어섰지만, 대통령 윤보선의 구파와 신파의 장면의 신파가 대립되던 중에 1961년 신축년(辛丑年)에 박정희소장을 필두로 한 군부가 5·16쿠데타로 군정이 실시되어 1962년 제 1차 경제개발이 실시 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역사적인 사건과 역학적인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3년간의 미래는 매우 변화무상하고 역동적인 변혁기에 접어들 것 같다. 올 벽두부터 코로나19의 침입과 이번 총선까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련의 일들은 이제 다음 사건으로 향하고 있다. 경제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긴장하여 공동대처해야 경제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 협치만이 처방 약이다. 여권은 경제정책 및 권력형 사건의 해결방법과 보수 야권은 보수 재편을 통한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 주어야 대선에서 승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경자년(2020년), 신축년(2021년), 임인년(2022년)의 대한민국호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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