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화근의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몸이 어느 곳에 있든지 편안하리라.(口是禍門 舌是斬身刀 深藏舌 安身處處牢)” 연산군 때 관리들에게 말을 삼가도록 하기 위해 차게 한 ‘신언패(愼言牌)’에 새겨져 있는 경고문이다.

언로를 틀어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한마디로 입조심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었다. 말 한마디 때문에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고 여러 사람이나 조직을 결단 내는 사례는 역사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조선조 태종 때 조호의 ‘난언(亂言)사건’도 그중 하나다. 태종은 외척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처남인 민무구, 무질 형제를 역모로 몰아 제주도에 귀양보내 놓고 있었다. 당시 예문관 태학사 등을 지낸 조호가 어느 날 아내와 이야기하던 중 민씨 형제 비호 발언으로 유배 중인 이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조호는 이무의 당당한 풍체를 떠올리며 “이무 정승은 풍채가 매우 아름다워 왕이 될 제목인데…” 지나가는 말로 했다. 그 자리에는 자신의 아내와 묘음이라는 여승이 와 있었다. 조호는 묘음이 옆에 있다는 것을 깜박 잊고 실언을 한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안돼 이무가 유배지에서 처형되자 묘음은 유혜강이라는 자를 찾아가 물었다. “일전에 조호 대감 댁에서 이무 정승이 왕이 될만한 풍채를 가졌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 정승이 처형된 것은 그 풍채 때문입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유혜강은 곧바로 관가에 고발했다.

보고를 받은 태종은 이무와 절친했던 민무구 형제에게 사약을 내렸다. 민무구, 무질이 죽은 후 아우인 민무흘과 민무희가 양녕대군에게 “두 형이 억울하게 죽었으니 보위에 오르거든 원수를 갚아달라”고 탄원했다. 이 사실을 보고 받은 태종은 이들 두 형제에게도 사약을 내렸다. 조호의 한마디 실언이 자신은 물론 민씨 4형제의 목숨까지 잃게 했다.

입이 화를 몰고 오는 ‘구시화문’은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참패를 몰고 온 대재앙이 됐다. 선거 막판에 “30~40대는 논리가 없고 무지하다”는 막말에 등을 돌린 30~40대의 표심이 치명타였다. 설상가상 ‘세월호 막말’은 자살골이나 다름 없었다. 망언망당(妄言亡黨)이다. ‘미련한 자는 입으로 망한다’ 성경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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