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구 기준 80만원 案 검토…이인영 "총선과정 약속 지켜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대표.연합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가구당 지원금을 원안보다 줄여 전 가구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하위 70% 가구,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을 ‘전 가구에 4인 기준 80만 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전 국민에게 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며 “최단 시간 안에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향후 재정 여력 등을 감안 해 전 가구에 지급하면서 가구당 지원금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재정에 어려움이 있으면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80만 원으로 낮추면 된다”고 글을 올렸다.

앞서 민주당은 지원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총 13조 원 규모의 재원 가운데 추가 증액분은 추가 항목 조정과 국채발행으로 충당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7조6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증액하는 데 난색을 표명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6일 “‘소득 하위 70%’ 지원은 재정 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이 기준이 국회에서 유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당시 ‘전 국민 1인당 50만 원’ 지급을 주장했던 미래통합당은 지금은 전 가구 지원에 반대하며,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국채 발행은 안 된다며 민주당 안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 원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데 국가재정을 대폭 흔드는 방식의, 국채발행을 통한 지원금 지급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정부 안에는 동의하지만 나라의 빚을 늘려 상위 30%까지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민주당의 안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은 다만 ‘국채 발행’을 원천 반대하던 입장에서 기업·고용 등을 위한 지원에는 불가피할 경우 국채 발행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다소 전향적으로 선회했다.

김 의장은 “국채를 발행해서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의 고용유지를 위해 예산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도산·폐업 위기의 영세사업자,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무이자 금융지원 확대 등 기업 지원 활동이라면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이라도) 얼마든지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당 내부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100%’에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당정 간 이견이 있고 여야도 입장을 달리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은 5월 중 지급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국회 논의가 길어지면 4월 임시국회 종료일인 5월 중순에나 추경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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