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와 경북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사업의 입지 선정에 적극 뛰어들기로 했다. 지난 17일에는 공동추진단 회의를 열어 유치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적, 합리적 결정보다 정치 논리에 의한 입지 선정이 이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업비 1조 원 규모의 사업이기 때문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이 혈안이 돼 있는 데다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경북과 대구 지역구를 싹쓸이해서 국책 사업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권에서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 2파전이 될 것이란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에는 필요 부지를 포항이 준비한 부지의 2배가 넘는 26만㎡ 이상에다 부지를 포함한 2㎞ 이내에 활성단층이 없어야 한다는 항목까지 추가했다. 이런 조치는 포항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나 다름없다.

포항시에는 이미 가속기 부속시설이 건설돼 있어서 설계상으로 10만㎡면 충분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 밖의 조건을 넣은 것이다. 기존 연구 시설 등 인프라를 활용하면 건설 예산을 1000억 원 정도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사업 기간도 1년 정도 단축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조건을 까다롭게 해 놓았다.

무엇보다 활성단층 관련 항목을 넣은 것은 결정적으로 포항을 배제하기 위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포항이 준비한 부지 2㎞ 내 활성단층이 없다고 해도 지난 2017년 포항 지진으로 인해 나쁜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부지 선정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총선 전 광주를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방사광가속기를 전남에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 대표가 경북(포항시)과 충북(청주시), 전남(나주시), 강원(춘천시) 등 4곳이 치열하게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1조 원 규모의 국책 사업에 대해 노골적인 편들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포항에는 과학정보통신부가 이미 3,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 연구의 노하우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다목적방사광가속기가 포항에 들어서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것이 과학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그런데도 국가 과학발전과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이끌 국책 사업을 정치논리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입지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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