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전해철 예결위 간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과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까지 여당 입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민주당과 통합당은 23일 ‘전국민 지급·고소득자 기부안’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는 당정 합의안을 마련하고 미래통합당에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착수를 촉구했지만 통합당은 먼저 ‘수정 예산안’을 가져오라며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예산 심사를 거부하는 통합당을 향해 “국정 발목잡기”라며 압박을 이어갔고, 통합당은 자발적 기부 방안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운영 방식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여야의 핑퐁 게임이 계속되며 4월 임시국회 일정이 지연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장 여야가 만나 즉각 결론을 내라”며 조속한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2차 추경안뿐 아니라 ‘텔레그램 n번방’ 방지 입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 여야가 시간을 끌수록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라는 여론의 압박이 커지는 만큼 양측의 힘겨루기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당정 합의안이 마련된 것을 고리 삼아 통합당에 예산 심사 착수를 거듭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통합당이 요구한 대로 (재난지원금) 당정 합의안이 마련됐다”며 “모든 것은 미래통합당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추경안 수정안 제출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정부안이 바뀌었으니 수정안을 가져오라는 요구는 국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면서 “무리한 요구를 접고 예결위 회의부터 열어달라”고 했다.

통합당은 ‘자발적 기부안’을 비판하는 동시에 심의에 착수하려면 일단 정부가 국회에 수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당정 안에 대해 “협찬받아서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부 운영을 시민단체 운영하듯이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출된 추경안에는 재원 조달 부분에 국채발행 액수가 전혀 없다. (있는 항목에서) 증액하는 것이 아니라 국채발행이라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새로 예산을 편성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를 받지 않을 경우 지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고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당정의 방침에 대해서도 “현재 세법상으로 그런 방식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지도부 공백 상태인 데다 당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논의에 관심이 쏠려있어 상대적으로 추경안 심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문 의장은 여야 공방전이 장기화하자 이날 국회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은 한시가 급한 일”이라며 “오늘 당장 여야가 만나 즉각 결론을 내고 의사 일정에 합의하길 국회의장으로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밝혔다.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양당 원내지도부는 접촉을 이어가며 추경안 심사 및 본회의 일정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는 당초 오는 29일 본회의를 열어 2차 추경안을 처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공방전이 이어지며 본회의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29일을 넘기면 휴일과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면서 5월 초 처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2차 추경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인 만큼 통합당이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당정 합의안에 동의하기만 하면 4월 내 처리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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