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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광장] 생 로랑과 디자인 특허
[아침광장] 생 로랑과 디자인 특허
  • 하윤 케인 변호사
  • 승인 2020년 04월 23일 17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24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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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blog.naver.com/browniejj)
하윤 케인 변호사
하윤 케인 변호사

이브 생 로랑은 1961년에 이브 생 로랑과 페에르 베르제가 설립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다. 디올에서 패션 커리어를 시작한 이브 생 로랑은 남성 턱시도를 모티브로 한 여성 수트를 만들어 세계 최초로 여성 정장에 바지를 도입하며 여성을 치마에서 해방시켰다. 여성은 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는 1960년대의 편견에 맞선 혁신이었다. 패션의 대중화를 외치며 오뜨 쿠뛰르 중심의 파리 패션계에서 최초로 기성복 라인을 확장했다. 샤넬이 여성에게 자유를 주고 생 로랑이 여성에게 권력을 주었다고 했는데, 그가 디자인한 여성복과 복식사에 미친 영향을 본다면 이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럭셔리 브랜드답게, 생 로랑은 유명한 시그니처 제품이 많다. 삭 드 주르, 모노그램 숄더백, 선셋백 등 수많은 제품이 세련되고 절제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영향받은 비슷한 디자인의 가방이나, 로고까지 전부 복제한 가방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생 로랑은 디자인 특허 등록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디자인 특허는 패션 업계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던 브랜드 보호 전략이었다. 패션 제품은 한 두 달 후 시즌이 바뀌며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디자인 특허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인 후 복제품에 법적 대응을 하기보다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위조품을 색출하는 업체는 상표권을 중심의 주장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었다. 생 로랑은 삭 드 주르, 루루백 등 다양한 제품에 디자인 특허권을 확보했는데, 상표권으로는 제품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상표 등록은 모든 패션 브랜드가 기본으로 진행하는 요소다. 상표는 브랜드 이름 보호에 필수 요소이며 제때 갱신만 한다면 영원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브랜드 보호 수단이지만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제품이나 브랜드 명만 바꾼 디자인 복제품의 경우, 상표권으로 위조품 판매자를 저지하기 어려워진다.

디자인 특허는 이 부분에서 상표의 한계를 보완한다. 상표나 저작권은 기능성 제품을 보호하지 않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 등 각종 제조물의 새로운 디자인을 보호하는 데는 디자인 특허가 제격이다. 생 로랑 외에도 루이비통, 막스마라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디자인 특허를 적극적으로 등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출시하는 디자인이라면 디자인을 등록하여 브랜드 관리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생 로랑은 신발, 가방 외에도 반지나 목걸이 등에 수 십 가지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

디자인 특허의 한계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한다는 점이다. 15년 후에도 같은 제품을 판다면, 디자인 특허권을 잃게 된다. 생 로랑의 인기 핸드백 삭 드 주르는 2013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 디자인은 2015년 특허권을 얻는다. 생 로랑이 2030년에도 삭 드 주르를 판다면 디자인 특허는 소멸한다. 하지만 십오년 이상 동일 디자인을 홍보하고 판매를 유지한다면 많은 사람이 삭 드 주르의 디자인을 보고 생 로랑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가방 디자인이 단순한 가방을 넘어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이차적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트레이드 드레스로 가방 디자인을 보호할 수 있다. 신생 브랜드나 디자인의 경우, 디자인의 이차적 의미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디자인 특허로 제품을 보호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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