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중국은 거대한 나라다. 뭣보다 세계 지도를 보면 실감이 난다. 수많은 국가로 구획된 유럽 대륙과 달리 단일의 땅덩어리로 형성됐다. 물경 14억 인구에 네 번째로 큰 영토를 자랑한다. 남한 면적의 96배나 되는 엄청난 대국이다.

그런 중화 제국을 여행하면서 수시로 만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혁명가 마오쩌둥이다.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끌며 통치 기반을 마련한 지도자이자 유일무이한 종신 주석. 인민 광장엔 어김없이 그의 동상이 관광객을 맞는다. ‘마오 슈트’라고도 일컫는 중산복 차림에 오른손을 치켜든 자세의 입상이다. 중화 인민 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에 시진핑이 착용한 복장이기도 하다.

장기간 해외여행 시에는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주인장 개성이 반영된 라운지가 정겹다. 게다가 폐쇄적 형태의 호텔과는 다르게 개방적 분위기다. 다들 휴게소에 모여 탁구도 치고 맥주도 마시며 초면의 대화를 나눈다.

중국의 게하(GH)는 로비 벽면에 부착된 액자가 하나의 특징인 듯싶다. 신장 우루무치의 홍산 공원 인근 묵었던 거처에는 커다란 마오쩌둥 초상화가 놓였고,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선 누군가 홍군에게 코카콜라를 권하는 그림이 걸렸다. 추측컨대 경영주가 공산당에 관계된 듯하다.

중국은 여전히 마오쩌둥 시대이다. 그의 카리스마와 마오쩌둥주의는 공산당 및 인민 해방군과 더불어 중국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책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은 말한다. 그를 찬양하는 노래 동방홍과 대표 국주 마오타이도 이를 웅변한다.

18세기 산업 혁명은 대량 생산의 풍요를 이뤘으나 이면의 모순도 드리웠다. 힘든 일은 노동자가 하는데 왜 이익은 공장주가 취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른바 사회주의 이념의 부상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저서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은 이런 사상의 기초를 닦았고, 이후 공산주의 탄생의 산파가 되었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하면서 중국 지식인도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관심을 갖는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 도서관에서 일하던 마오쩌둥도 그 연구회에 가입했다. 그는 농민을 조직코자 고향으로 돌아왔고, 1921년 상하이에서 열린 공산당 창립 회의에 후난 대표로 참석했다.

지난해 상하이에 있는 ‘공산당 제1차 전국 대표 대회지’를 갔었다. 이러한 권력의 성지는 입장료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대신에 보안 조치는 엄중하다. 지문 채취로 신원을 확인하고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한다. 당시의 누비옷과 발행된 화폐도 전시됐다.

우리와 인연이 깊은 도시인 상하이. 특히 임시 정부와 윤봉길 의거가 그러하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 구지는 ‘리농’이란 골목 안에 자리한다. 이는 가장 매력적 풍경의 일례로 거론된다. 리농을 가운데 두고 양편으로 주택이 다닥다닥 지어졌다. 만국기처럼 빨래가 널린 광경은 이국적이다.

임시 정부는 수차례 이전했다.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청사는 충칭에 잡았다. 유료인 상하이와 달리 이곳 구지는 무료 관람이다. 3층 5개 건물로 구성됐고 제일 위쪽에 김구의 집무실이 있다. 그의 흉상 뒤편엔 색상과 형태가 어색한 태극기가 걸렸다.

근자에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1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자신을 던진 낯선 땅에서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날 한국 여권의 힘은 덕택에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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