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21대 총선은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번 결과가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못해서 나온 것이라 분석한다. 보수는 부패한 줄만 알았는데 실력도 없더란 자조가 보수 진영에서 나온다. 보수 야당은 여론을 읽지 못하고, 국정 운영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발목잡기에만 열중했으며, 집권 세력의 실수와 실패에 기대어 표를 얻으려고 했다. 메르스 사태와 세월호, 국정농단에 이어 대통령 탄핵마저 초래한 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슬그머니 생략하고 정권 심판론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도대체 이 게으른 헛발질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극우적인 정치 유튜브 방송을 너무 많이 시청한 것을 들고 싶다. 유튜브로 먹방을 하건 남의 애완견을 보건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주고받건 하등 문제 삼을 바 아니다. 하지만 일인 방송이 가지는 명백한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정치인들과 보수 지식인, 그리고 기성 언론까지 정치 유튜버들의 주장과 문제 제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부화뇌동한 것이 야당 참패로 이어졌다.

이들 정치 유튜버들은 유사한 일인 방송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장을 제기하고 선명한 정치 편향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에 따라 구독자들이 수십만 명까지 늘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유튜버에게 설득이 되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이미 가진 입장이 강화되는 기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유튜브의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서 비판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보통 유권자들의 정서와 점차 유리되어 간다는 점이다. 야당 정치인들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여 이런 사람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고 그것이 일반적인 여론인 양 착각한 것은 큰 패착이었다.

일인 방송은 기성 언론사와 달리 많은 취재와 사실 확인을 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애당초 공정성이나 사실관계 확인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스스로 사회 지도층이라 여기는 일부 인사들은 자신들도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유튜버가 유포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는 오류를 범했다. 충분한 지적 능력을 가진 이들이 정치적 편향에 매몰되어 수많은 설교나 강연, 기고문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그대로 전달한 것은 한탄할 일이다. 그런 선전에 영향을 받은 이들도 있지만, 냉소하는 젊은이가 더 많다.

더 어이가 없는 자들은 스스로 유튜브 방송과의 경쟁과 협력에 뛰어든 기성 언론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풍부한 취재 능력을 잘 발휘하여 양질의 기사를 생산하는 대신, 유튜브의 아니면 말고 식 보도 방식을 스스로 차용하고 나아가 그 주장을 증폭하는 데 일조했다. 옛날에는 궤변에라도 창작의 정성을 쏟았는데, 지난 선거 국면에서 보수 중앙 일간지의 기사와 칼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저질이었다. 그 엄청난 언론고시의 벽을 뚫고 기자가 된 자들의 명민함과 막대한 자원은 도대체 어디에 버렸단 말인가.

일인 정치 유튜브 방송도 나름의 순기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유튜브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고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비상식적 주장을 생산하는 유튜버는 구독자 수를 늘려 돈이라도 번다지만, 그 황당한 이야기들을 분별없이 소비하고 유포해서 도대체 얻는 것이 무엇인가? 선거에 대패한 야당 정치인과 여전히 멀쩡한 유권자의 우매함을 한탄하는 우파 지식인과 부질없이 킹메이커 흉내를 내는 거대 보수 언론 데스크에 꼭 말해 주고 싶다. 이제 유튜브 좀 그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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