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코로나19 사태 겹쳐…폐업한 자영업자 물품 쏟아져
대책없이 물건만 쌓여 더 막막

한 중고판매 업체 문 앞에 중고가전제품이 쌓여있다.경북일보DB
“제가 중고매매업을 올해로 18년째 하고 있는데 요즘이 가장 최악입니다.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물건을 들여올 수가 없어요”

24일 오전 포항시 북구 덕수동 ‘나루끝 중고용품거리’는 매장에 들여놓은 중고품들을 수리하는 업주들 외에 손님은 찾기 힘들었다.

한 중고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경기가 좋았던 10년 전에 비하면 판매는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지난해부터는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수준이다”며 “그나마 매출이라도 올렸다고 할 수 있는 지난해 11월에 비하면 요즘 상황은 그야말로 우울 그 자체”라며 한숨을 내 쉬었다.

지역 중고품 거래시장이 경기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찬바람만 불고 있다.

경북지역의 폐업자 수가 수년째 4만명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고시장이 성황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됐지만, 중고시장의 상황은 이와는 달리 급감하는 매출에 허덕이고 있었다.

경기불황과 소비침체로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문을 닫는 식당과 사무실 등에서 주방용품과 사무가구들은 중고시장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 나서는 이가 없어 창고에 물건만 쌓이자 중고상인들마저 판매물품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또 다른 중고업자 A(61)씨는 “올 초 상인들이 폐업하면서 쏟아져 나온 제품들이 3달 째 가게에 있다”며 “지금도 매각하겠다는 사람은 있지만 물건이 쌓여 매입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중고품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고 물품은 회전이 중요한데, 회전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대한민국 ‘밑바닥 경제’인 중고업계에서 느끼는 경기침체는 그 어느 곳보다 춥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경기불황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2020년 3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29.7이었다.

이는 전년 동월(73.3)보다 43.6p 떨어졌으며, 최근 8년(2013∼2020년) 3월 기준 가장 높았던 2014년(102.9)보다 73.2p 낮은 셈이다.

BSI가 100이 넘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고 100이 안 되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경북지역의 폐업자 수 또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

통계청의 지역별 폐업자 현황에 따르면 경북의 폐업자 수는 지난 2015년 3만6915명에서 2016년 4만3760명으로 18.5% 늘었다. 이후 2017년(4만2669명), 2018년(4만2425명)까지 소폭 감소하고 있으나, 이번 코로나 사태와 경기침체 장기화 등에 미뤄 긍정적인 미래를 내다보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8년가량 운영해온 도자기 판매점의 문을 닫은 상인 B(56·여)씨는 “꾸준하지 않은 게 장사라고 하지만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악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잃었다”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지만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가게 월세와 인건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수입이 없는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받는 등 억지로 버티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 재유행 가능성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오태필 포항소상공인협의회장은 “지역 소상공인 모두 정말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여느 때보다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마음을 굳게 먹고 정부·지자체 지원 등 지원책들을 꼼꼼히 살펴 이번 사태를 버텨내 따듯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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