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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사흘간 800ha 태운 안동 산불 현장
[현장르포] 사흘간 800ha 태운 안동 산불 현장
  • 이정목 기자
  • 승인 2020년 04월 26일 21시 24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27일 월요일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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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퀸 처참한 흔적만 남아…피해 주민들 '망연자실'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로 인해 임야 800ha가 소실됐다. 단호리 야산에 산불이 지나간 흔적.

사흘간 안동시 하늘을 온통 노랗게 뒤덮었던 연기가 걷히자 까맣게 타 앙상한 뼈대만 남은 나무가 처참한 현장을 이야기했다.

화마가 할퀴고 간 남후면 단호리 일원은 사계절의 매력을 뽐내던 옛 모습을 잃은 채 재만 흩날렸고 전망대 시설은 새까맣게 탄 철골 구조물만 남았다.

각 마을 입구와 주요 구간에는 바람에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차와 인력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9분께 안동시 풍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장장 사흘간 불길이 이어지면서 수십 년 동안 키운 산림 800ha(경북도 추산·축구장 면적 110개 규모)가량을 태웠다.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로 인해 임야 800ha가 소실됐다. 이 불로 주택 4채와 창고 3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이 불에 탔다.

강한 바람을 타고 남서방향으로 진행하던 산불은 바람이 잦아들면서 26일 오후 3시께 찾은 현장은 주불 진화를 마치고 잔불 정리 작업 중이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번 산불로 인근 마을 주민 1300여 명이 대피해야 했고 주택 4채와 창고 3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의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남후면 고상리의 돈사는 이번 산불로 축사 3동과 함께 돼지 830여 마리가 불에 탔다.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로 인해 임야 800ha가 소실됐다.이 불로 돼지농장이 불에 타 돼지 830여 마리가 폐사했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연재호(39) 씨는 “어제 오후 5시쯤 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이 농장을 덮치는 상황에 대처할 여유도 없이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다”며 “대피를 하면서도 돼지가 큰 걱정이 돼 아침에 일찍 와보니까 몇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불에 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남은 돼지들이 갈 때도 없고 보험금도 크게 부족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단호리에 사는 이학묵(74) 씨는 “어제저녁(25일) 대피할 때만 해도 집 앞의 산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며 “워낙 바람이 강해서 하천으로 옮겨붙은 불이 집으로 옮길까 봐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집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길 목전에 있던 한 공장은 밤새도록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공장 관계자 A 모 씨는 “공장에 아스콘과 시멘트, 석재 등이 보관돼 있는데 특히 아스콘과 같은 인화성 물질로 불이 옮겨붙으면 순식간에 공장에 불길에 휩싸인다”며 “밤새 직원들과 함께 공장을 지켰다”고 했다. 인근의 한 요양원에서도 “이장의 방송에 따라 대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준비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다”며 “몸만 간신히 빠져나와 대피해 있다가 오늘 돌아왔다”고 말했다.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로 인해 임야 800ha가 소실됐다. 26일 오후 2시30분께 주불은 진화됐고 현재 잔불 정리 중이다. 이 불로 주택 4채와 창고 3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이 불에 탔다. 사진은 단호리 전망대가 검게 탄 모습.

한편 이번 산불은 상황 판단을 통한 진화 전략이 눈길을 끌었다. 현장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종호 산림청장, 권영세 안동시장이 안동시 풍천면에 마련된 산불통합 현장지휘본부에서 밤새 진화대책 회의를 열고 모든 산불 진화 역량을 투입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을 지키기 위해 산불 진화방향을 고려한 방화선을 구축했으며 공중진화대원과 특수진화대원 등이 모두 투입돼 문화재의 소실을 막았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큰 산불은 잡은 상태지만 앞으로도 2~3일간은 계속 진화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며 “피해면적에 비해 재산적 피해는 경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안동 산불 피해 돈사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26일 오후 피해 돈사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위로하며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번 산불의 원인과 피해조사 등은 잔불 진화 완료 뒤 산림사업경찰관이 주관이 돼 조사할 계획이다.

안동시 풍천면 산불은 최초 지난 24일 15시 39분에 발생해 약 20여 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남서 8.9m/s의 강한 바람으로 25일 14시에 다시 발생했고 초대형헬기 4대와 산불진화헬기 27대, 산불진화인력 1600여 명이 투입돼 26일 오후 2시 30분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이 기사는 인터넷 영상 뉴스 경북일보 TV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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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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