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4월은 봄의 절정이다.

해마다 찾아와 시샘을 부리는 꽃샘추위 속에서도, 올해 같은 코로나19가 심술을 부리는 가운데서도 봄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수많은 이름 모를 들꽃들은 벌써부터 피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시내 곳곳을 꽃터널로 만들었던 벚꽃은 꽃비가 되어 눈처럼 내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연산홍이 붉은 자태를 뽐내는 가운데 집안에만 갇혀있던 아이들의 함성이 놀이터를 들썩이게 한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 세상에 무엇보다 귀한 꽃이 사람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꽃 중에는 별의별 꽃이 다 있다.

이른 봄 제일 먼저 엄동설한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우는 노오란 복수초에겐 그까짓 꽃샘추위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꽃샘추위도 다 까닭이 있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너무 쉽고도 편안히 핀 꽃이 오래 갈 리가 없고, 열매가 탐스럽지 못할 거라 짐작이 간다.

긴 세월 교육계에 몸담았던 지난 시절을 이제 와 돌이켜보면 학생들을 너무 성급하게 몰아붙인 것만 같아 후회가 밀려온다.

학생들은 저마다 개성이 다르고 능력도 다르며 태어난 환경도 다르건만 일시에 같은 학습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듯 가르친 청년교사시절이 부끄럽기만 하다.

채송화나 봉숭아꽃은 여름에 피고, 코스모스나 국화꽃은 가을에 피며, 심지어 무화과는 꽃도 피지 않으나 달콤한 열매를 주지 않는가.

큰꽃은 단지 클 뿐이고 작은꽃은 단지 작을 뿐이며, 오래 피어 있는 꽃은 오래 피어 있을 뿐이고 일찍 지는 꽃은 일찍 질 뿐이다.

그것은 차이이고, 다양성일 뿐 우열이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누구나 소홀함 없이 개인차를 인정하고 학생마다의 적성을 파악해 가르쳐야 한다.

거기다가 바른 인성과 창의를 겸비한 인재로 기르기 위해선 선생님의 세세한 손길과 사랑과 정열이 수반되어야 한다.

꽃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색깔과 가장 강한 향기를 지닌 꽃은 사막에서 피는 꽃이라 한다. 멀리 있는 벌과 나비 그리고 새들을 불러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꽃만 그러할까.

교육이라는 것이 꼭 그 이치에 들어맞는 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지 않은가. 서두른다고 될 교육이 아니다.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선생님이나 아이들 모두가 힘든 지금이지만 슬기를 모아 이겨나가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부단히 연구하고 열정을 쏟으면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마음을 건네면 미처 알 수 없었던 고귀한 일들이 일어난다.

꽃은 피는 시기가 다르고 피는 곳도 다르며, 크기와 모양과 색깔도 다르지만 꽃이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 이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다 꽃이다.

일 년 내내 수시로 피는 꽃이 우리 아이들이 아닌가.

우리 모두에겐 아이들이 희망이고 에너지이다.

시인 나태주의 ‘풀꽃1,2’는 그런 의미에서 전해주는 메시지가 크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