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홉슨은 17세기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마구간을 운영했다. 그는 좋은 말들은 안에 감춰두고 빈약한 말들만 밖에 매어두고 빌려줬다. 대학생들이 단골손님이었지만 그들은 그 중에서 그나마 나은 말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것만으로 선택을 강요당하는 오류를 ‘홉슨의 선택’이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패인은 ‘홉슨의 선택’에 있다. 참신하고 민첩한 후보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대신 유권자들로부터 분리수거 대상으로 오르내리던 후보들이 판쳤다. 보수 지지층의 무더기 이탈을 자초한 것이다. 보수의 이탈은 통합당에 대한 불만과 항의의 의사표시였다.

“좋은 쇠는 화로에서 백번 단련된 다음에 나오고(精金百鍊出紅爐)/ 매화는 모진 추위를 겪은 뒤에야 맑은 향기를 내뿜으며(梅經寒苦發淸香)/ 사람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그 절개가 드러난다(人涉艱難顯基節)” 극한의 고난을 겪어야 재활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시경’의 명구다.

바닥을 친 미래통합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은 판갈이와 세대교체에 있다. 19세기 초 지리멸렬의 영국 보수당을 재건한 것은 디즈레일리다. 젊고 패기 찬 디즈레일리는 수상에 선출되자 ‘하나의 국민(The One Nation)’ 비전을 제시,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유권자의 일상적인 삶과 관련된 문제를 파고들어 이슈를 선점, 외연을 넓혀 보수당은 전국적인 대중정당으로 거듭났다. 그 후 영국은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마다 세대교체로 젊은 바람을 일으켜 위기를 극복했다. 최근에도 보수당이나 노동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30대 후반의 캐머런, 토니 블레어라는 젊은 지도자를 앞세워 당을 위기에서 구출했다.

우리도 70년대 초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을 비롯한 ‘40대 기수론’이 한국 정치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 야당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한 정치원로는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며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비난했지만 그 이후 40대 기수들은 한국 정치판을 주도했다.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는 결국 사람이다. 통합당은 패기 넘치는 싱싱한 비전과 투지를 갖춘 젊은 유망주 발굴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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