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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 끝에 결정된 '김종인 비대위', 관건은 일대 혁신이다
곡절 끝에 결정된 '김종인 비대위', 관건은 일대 혁신이다
  • 연합
  • 승인 2020년 04월 28일 20시 4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29일 수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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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패배 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인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김종인 비대위 찬반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당은 당선인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김종인 비대위는 당 분란 수습과 함께 일개 정당의 변화를 뛰어넘는 보수 정치세력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안게 됐다. 선거에서 지고 나면 비대위를 만들고 외부인사로 리더십을 세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여의도의 정치공학은 대안 부재론의 위세 속에 기어코 현실로 구현되었다.

곡절 끝에 닻을 올린 김종인 비대위의 앞날은 가시밭길 그 자체다. 일단 그가 원한 ‘무기한 임기’가 보장되지 않았다.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이다. 상임전국위 개최가 불발되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월 말 전당대회 개최 규정의 효력을 없애지 못한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은 김 위원장의 몫으로 남았다. 좀체 잦아들지 않는 비토 그룹의 반발과 불만도 김 위원장에게 큰 부담이다. 홍준표(무소속)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같은 중량급 인사와 일부 영남권 중진 등은 그를 인정하는 것조차 마뜩잖아하고 있다. 홍 전 대표 등 무소속 인사들의 복당 이슈와 원내·외 중진들의 역할론 돌출은 언제건 갈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이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을 비대위 목표로 삼고서 ‘1970년대생 중 경제를 공부한 사람’이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게 좋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킹메이커를 자임하고 나선 그의 머릿속에는 애초 홍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기존 잠재후보군은 원천 배제되어 있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심판이 끝났고, 차기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보는 셈이다. 이 판단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의 발설로 이미 촉발된 그들과의 대립 심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비대위의 수명도 크든 작든 이에 연동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당심도 얻고 민심도 환기할 비대위 진용을 갖추는 일이다. 당 안팎의 원심력을 억제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김종인 개인의 정치 경험과 카리스마에다, 당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게 할만한 비대위원 면면의 역량이 포개져야 한다. 김 위원장 특유의 독주 성향을 제어하는 데에도 비대위의 균형은 절실하다. 당 청년정치인들이 청년비대위를 꾸려 당 비대위에 만 45세 이하 당원이 절반 이상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 그런 상황 인식의 소산이라면 당은 희망이 있다. 청년비대위는 당의 장식품 정도로 취급받으며 변방의 작은 목소리를 내는 데 만족하고 순치되어선 곤란하다. 당이 민의와 동떨어져 움직일 때 제동을 걸고 참신한 의제를 던지며 중심부로 진입하여 ‘건강한 반란’을 꿈꿔야 할 것이다.

비대위 체제는 그러나, 단지 수단이며 서막에 불과하다. 결국 웰빙당, 꼰대당, 부자당, 냉전수구당의 낙인을 지울 만큼 깊고도 넓은 당의 일대 혁신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관건이다. 중도 견인을 통한 외연 확대 지향을 명확히 하고 그에 걸맞은 따뜻한 보수, 평화 보수, 실용 보수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주류 세력 교체가 동반되지 않는 노선 재정립이 사상누각임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 통합당은 충청권 지역정당이던 자민련에 비견되어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듣는 현실을 두려운 마음으로 직시해야 한다. 고 김종필 전 총리의 개인 지지세와 지역주의로 버틴 자민련은 시대 흐름에 뒤처지며 당세가 약화하여 창당 11년 만인 2006년 사라졌다. 수권정당 재도약은 전국적 대중정당의 지위를 회복할 만큼 당이 지지를 복원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당명을 바꾸고 치장한다고 그리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다음 대선 후보 상으로 그린 ‘40대 경제 기수’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의 일치를 담보하는 경선 제도를 갖추고 당내 치열한 노선 경쟁과 권력 투쟁을 거쳐야만 비로소 경쟁력 있는 후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상식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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