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의 당뇨병 예방 기전 개념도[KAIST 제공]. 연합

모유 수유가 출산 후 산모의 당뇨병 발병을 줄이는 기전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장학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모유 수유가 산모의 췌장 내 베타세포(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 세포)를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당뇨병 발병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성 당뇨병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임신부의 10% 이상이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며, 그중 절반 넘게는 출산 후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유 수유가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임신성 당뇨병 산모 184명을 출산 후 3년 이상 추적 관찰해 모유 수유 산모(85명)의 췌장 내 베타세포 기능 개선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김하일·장학철 교수와 공동 1저자인 문준호·김형석 박사[KAIST 제공]. 연합

수유 1시간 뒤 혈당 수치는 모유를 먹이지 않은 산모(99명) 그룹보다 평균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유 수유를 한 산모들의 포도당 대사 능력 역시 수유를 하지 않은 산모에 비해 개선됐다.

모유 수유 중인 산모의 뇌하수체는 젖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 ‘프로락틴’을 분비하는데, 프로락틴은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합성하도록 유도한다.

이어 항산화 기능을 가진 세로토닌이 베타세포 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이 같은 베타세포 기능 개선은 수유 기간이 끝난 후에도 유지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하일 교수는 “모유 수유가 산모의 대사를 개선하는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이날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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