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
김종한 수필가

인류의 적 마귀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하여 15만 명 넘게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갔다. 우리나라도 3달 단기간에 2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면역력이 떨어진 기저질환의 노인이다. 문제는 기저질환 없는 건강한 젊은분도 하늘나라로 간다. 코로나가 젊고 늙고 안 가리고 한순간에 ‘아차’ 하면 가기에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도 환갑을 넘기고 고혈압약을 복용하여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겁난다. 아예 집 밖을 안 나간다.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안심하고 다니고 식당에 모임도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 노인들에게는 치명타다. 흔한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있는 경우 코로나가 덮치면 수명을 단축하기에 전 세계가 난리다.

코로나 확산의 큰불을 끈 우리나라는 최근 한자릿리수 확 진자가 연속이다. 종식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하루에 수백 명 넘게 고인이 되어 시신 섬을 만들어 가매장하는 것을 TV를 보니 등골이 오싹한다. 냉동차량도 시신보관 할 정도로 죽어 간다니 평온했던 일상들이 코로나와 전쟁을 치르는 전시로 죽음의 생지옥이다.

지난해 이맘때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하며 신천에 아침운동 갔다. 오후에는 아내와 지상철 타고 내려 걸어서 기도하고 산책하는 두마리토끼 만나러 성모당에 간다. 매일 만나는 귀 어둡고, 눈먼 두 분 형제님과 ‘찬미예수님’ ‘할렐루야’ 하면서 포옹하고 두 손 잡는다. 그리고는 ‘건강하고 행복하라’며 서로 기도 한단다.

코로나 확산으로 아침에 신천운동 올스톱이다. 오후에 성모당 안 간지도 4개월 흘렀다. 하루 일과 신천에 산책으로 시작 성모당 기도로 마치는 평범한 일상이 마비다. 비 오면 지상철도 타고 노선버스로 타고 택시도 골라서 타고 왕래했다. 오갈 때 커피 가게에도 들어가고 마트에 들려 아내와 장도 봤다. 이웃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웃으며 담소도 나누는 순간도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행복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죽는다는 것은 딴 세상이고 생각도 안 했다. 일상이 사는데 바빠 삶에 매달렸다. 코로나 확산으로 자고 나면 수 백 명 심지어 수천 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생생이 본다. 요즘 사람 사는 일상이 코로나 폭격을 맞아 죽어가는 아비규환의 전쟁터다. 세상이 이제 무섭다 태어나자마자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같이 걱정하고 준비하는 일상생활이 불안한 시대에 산다.

대구 도심에 백 년 넘은 성지이자 문화제인 성모당. 동편에 78위를 모신 성직자묘역이 있다. 육신이 묻힌 곳이다. 묘지의 입구 양 기둥에 ‘HODIE MIHI, CRAS TIBI’라는 라틴어 글귀가 쓰여 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뜻이다. ‘오늘은 내 차례지만 그러나 내일은 당신 차례니 죽음을 준비하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한 사람 들어가는 소박한 ‘돌무덤’ 인상적이다. 산짐승 피해 막고 벌초에도 신경 덜 쓰여 나도 고향 선산에 마련했다.

누구나 황혼의 문턱에 들어서면 죽음준비가 일생일대 가장 큰 대사다. 모르고 태어났지만, 갈 때는 알고 간다. 삶과 죽음 동전양면으로 자기가 준비하는 시대다. 눈 깜빡하는 한순간에 생(生) 유(有)에서 사(死) 무(無)로 돌아가기에 시간 없다. 삶과 죽음 같이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대에 우리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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