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풍천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사흘간 축구장 1100개 면적의 산림을 태운 끔찍한 소식이 채 잊히기도 전에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소식이 전해졌다.

29일 오후 1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건설현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지하 2층 지상 4층의 건물 안에서 78명이 완공 2개월을 앞두고 마감 작업 중이었다. 지하층에서 갑자기 폭발과 화재가 일어난 뒤 순식간에 위층으로 불길과 연기가 퍼지는 바람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인명피해가 컸다.

해마다 일어나는 대형 산불도 마찬가지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 참혹한 인명피해를 내는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특별 안전 점검이니, 특별 대책이니 하면서 요란을 떨고 있지만 유사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이천 화재도 이전의 화재 참사와 유사하다. 지난 2008년 1월에도 같은 이천에서 냉동창고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40명이 숨졌다. 또 같은 해 12월에도 서이천 물류센터에서 용접 불꽃이 건물 벽 샌드위치 패널로 옮겨붙어 큰 불로 번져 8명이 숨졌다. 다중 이용시설에서의 대형 화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도 37명이나 됐다.

이번 이천 사고는 지난 2008년 같은 이천에서 일어난 냉동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작업자 57명 가운데 40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내부 단열재로 우레탄폼을 썼고, 건물 외벽은 샌드위치 패널을 쓴 것도 같다.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은 값싸고 단열성이 좋아 물류창고 건축재로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불에 취약한 데다 불길이 쉽게 번지고 유독가스가 심하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유독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건축 소재의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는데도 대형 참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벽과 벽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에 대한 안전 규정이 따로 없다.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건축주들이 값싼 단열재를 쓰는 것이 현실이다.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건축주나 현장 관리자의 처벌만으로는 어림없다. 당국은 사고가 날 때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 규정을 강화했지만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한다. 2004년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전국의 지하철 객실을 모두 불연재로 교체한 것처럼 이참에 민간 건축물에도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북과 대구지역 각종 건축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도 있어야 한다. 공사 현장에서의 해묵은 안전불감증도 각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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