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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일방적 '방위비 언급'…협상상대 입장도 배려해야
트럼프의 일방적 '방위비 언급'…협상상대 입장도 배려해야
  • 연합
  • 승인 2020년 04월 30일 16시 3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01일 금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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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매듭을 못 짓고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미국 쪽에 유리한 쪽으로 몰아가려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지칭하며 “그들은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측이 현행보다 더 부담해야 할 금액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 인터뷰는 미·중 관계와 11월 미국 대선을 중심 화두로 전개돼 방위비 분담금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게 취급됐다. 그러나 관련 내용 자체는 매우 민감한 부분을 또 건드렸다. 전후 맥락이 설명되어 있지 않아서 인터뷰의 행간을 읽을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압박’에 방점이 찍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인 ‘반복적 기정사실화’다. 앞서 그가 방위비 협상 개시 전인 지난해 8월 초에도 한국이 비용을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는 트윗을 올리고, 줄곧 한국 정부를 압박해 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가 이번 인터뷰에 대해 “방위비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만 반응한 것은 트럼프의 언급이 ‘협상의 팩트’와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과정을 마치 ‘편파 중계’하듯 공개하며 자신의 치적 쌓기와 자국 내 여론조성에 꾸준히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선을 앞둔 처지라고는 하나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국익 지키기가 과도하게 표출되는 느낌이다. 동맹이자 협상 상대인 한국 정부와 한국민에 대해 충분한 배려 없이 미국 납세자들을 만족시킬 목적의 발언이 집중적으로 동원되기 일쑤다. 언론인터뷰든, 대중집회 연설이든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 쪽을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 도 넘은 자화자찬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어린 시절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며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 쪽에서 듣기에 아주 거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에는 “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며 양국 실무진의 잠정합의안을 퇴짜놓은 사실까지 자랑하듯 공개했다. 자신이 만족할 수준까지 한국의 부담액이 늘어나야 합의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에서도 온도 차가 크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며칠 전 미국이 최근 몇 주간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왔다면서 한국 정부의 추가 타협을 촉구했다. 그러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나가 전년 대비 13% 인상안은 우리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라고 응수했다. 외견상 추가 타협의 여지를 닫은 발언이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우리 국회의 공기도 좋지 않다. 인상 폭이 지나치게 크면 비준동의에 선뜻 응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벌써 여의도 주변에서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한국 내 절차와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방위비 분담액의 ‘다다익선’만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최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갑자기 불거진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로 뒤숭숭하다. 한미 당국이 나서 ‘건재설’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소문과 억측, 가짜뉴스는 좀처럼 가라앉거나 통제될 기미가 없다. 한미가 방위비 분담 문제를 놓고 하염없이 줄다리기할 정도로 한반도 사정이 한가롭지 않다는 얘기다. 한때 잠정 합의까지 갔던 협상이라면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조속히 대타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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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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