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등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태운다는 것은 자신을 무아로 돌린다는 것이다.

자신을 죽여 거기서 나오는 빛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어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태워 불을 밝힌다는 연등(燃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연등 축제를 성대하게 거행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다는 등은 연꽃 등이다.

태워서 불을 밝힌다는 의미의 연등(燃燈)에다 연꽃 모양을 한 연등(蓮燈)이다. 연꽃 등(燈)이 더 불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 이곳에는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성대하게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모처럼 위대한 스승을 뵙게 되었는데 가난한 신분이라 아무 것도 공양할 것이 없구나.” 하고 슬퍼하다가 온종일 구걸하여 돈 한 푼을 얻어 그것으로 기름을 샀다.

기름집 주인의 배려로 기름을 한 푼의 몇 배가 되는 기름을 사 와서 등을 만들어 공양했다.

밤이 깊어 다른 등불은 하나 둘 꺼져 가는데 신기하게도 난타가 켠 등불만은 시간이 갈수록 더 밝아졌다. 시중을 들던 아난 존자가 부처님 주무시는데 방해가 될까 봐 끄려했으나 등불은 꺼지지 않고 더 밝게 타올랐다.

이를 보고 부처님께서는 “이 등불은 지극한 정성과 큰 원력을 가진 사람이 밝힌 등불이라서 꺼지지 않는다. 그만 두어라. 가난한 여인이 간절한 정성으로 켠 것이어서 너의 힘으로 끌 수 없을 것이다. 그 여인은 지금은 비록 가난한 모습이지만 오랜 세월 뒤에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때 난타 여인이 부처님 전에 예배하자 부처님께서는 “네가 아승지 겁 뒤에 부처가 되리니 이름을 동광여래라 할 것이다.”하고 수계를 내리셨다. 난타는 출가할 것을 간청하여 계를 받고 비구니가 되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정성스러운 보시는 매우 가치가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정정한 마음으로 하는 보시의 중요성은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정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유한 자의 만 개의 등보다 가난한 자의 정성 담긴 한 등이 더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은 등의 어둠을 밝히는 구실이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 앞길을 열어 나가며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다.

세상의 모든 고통, 원망, 질투, 걱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내 마음의 등을 밝히고 진리의 등을 밝혀야 한다.

‘나’라는 생각을 철저히 태워서 없애면 그것이 밝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게 되며, 그 무아의 빛이 자비로 승화 되의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진리의 등불이란 바로 부처님의 말씀을 일컫는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진리를 빛으로 삼아 앞길을 비추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진리의 빛은 깨달음의 빛인 것이다. 연등을 밝힌다는 의미에는 사람들 각각의 마음에 있는 깨달음의 등불을 밝혀 언젠가는 성불하리라는 믿음이 서려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겠다는 다짐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월 초파일은 우리 민족의 명절이었다. 좋은 명절에 자기를 없애고 자비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의 등불을 많이 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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