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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건강이상설' 해프닝…무책임한 발언·보도에 경종
김정은 '건강이상설' 해프닝…무책임한 발언·보도에 경종
  • 연합
  • 승인 2020년 05월 03일 17시 01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5월 04일 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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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설까지 나돌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와 국내외 언론,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 등의 온갖 추측성 주장과 ‘가짜뉴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잠행 20일 만에 건재를 과시했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노동절인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김 위원장이 특별한 불편 없이 예전처럼 걷는 모습과 심지어 흡연하는 모습도 담겼다. 한마디로 ‘건강 이상무’를 현장 증명과 실제 몸 상태로 입증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중병설부터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나 추측성 보도가 꼬리를 물었다. 한국 정부가 줄곧 ‘특이동향 없다’며 온갖 풍설을 일축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협상 교착과 남북 교류·협력의 경색을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정보는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다. 그러기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혼란만 부추기는 접근 방식은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근절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북 정보에서 한미 당국의 분석과 판단이 가장 권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헛소문으로 마무리된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의 확산은 그가 지난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4월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의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향산 특각(별장)에서 치료 중”이라며 불을 댕겼다. 이 보도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튿날 미국의 보도채널인 CNN이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소문 확산의 날개를 달았다. 블룸버그 통신, NBC 방송 등 유력 매체들이 비슷한 뉴스를 쏟아냈고, 이를 반박하는 보도도 나오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우리 정부가 ‘특이동향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CNN 보도에 신빙성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가짜뉴스의 범람을 막지는 못했다. 급기야 탈북민 출신 지성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며 사망일과 예상 발표 시점을 제시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앞서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공인으로서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해 구차한 변명보다는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토록 신뢰가 실추된다면 국민을 대리해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인포데믹’ 양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물론 북한의 폐쇄성도 한몫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변은 북한 내의 웬만한 고위급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최고의 기밀 사항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도 이틀 뒤에 북한 TV에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고도 비만과 가족의 유전적 질환인 심장병 위험을 안고 있는 김 위원장도 불필요한 ‘은둔’으로 인포데믹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나라의 지도자답게 조금 더 일찍 모습을 드러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슈는 민감하고 중요한 소재인지라 언론의 입장에서도 뉴스 가치가 크다. 언론이 자극적인 뉴스에 유혹을 받는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데 유념했어야 했다. 출처가 불분명하고 근거가 미약한 주장을 단순 전달하기만 한다면 언론은 ‘팩트체크’ 등 검증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강 이상설의 무분별한 보도로 국민에게 일정 부분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 것은 분명하다. 언론 스스로 반성해야 하고 차제에 보도준칙을 재점검해야 한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 협력의 돌파구 마련에 다시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 19 방역 등 패키지 협력을 제안했다. 북한도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북한이 3일 오전 우리 중부 전선 감시초소(GP)를 향해 총탄을 발사한 사건은 남북관계 진전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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