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5일 북한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과 경기가 열렸다. 1990년 평양 ‘통일축구’ 친선경기 이후 29년 만의 남북 축구대결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영상중계도, 사진취재도 없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최대 5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김일성경기장엔 관중이 한 명도 없었다. 북한이 수많은 관중 앞에서 남한팀에 패하는 상황, 남북경색 국면에서 남측 선수들의 경기를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목적 외 관중석을 폐쇄한 후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 구단에 가하는 징계의 한 방법이다. 또 안전이 보장되지 않거나, 국제 분쟁을 야기할 수 있지만 경기를 반드시 해야 할 상황일 때도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코로나19로 개막을 미뤄온 한국 프로야구가 5일 무관중 경기로 막이 올랐다. 대구에서는 전국 의사 5700여 명에게 “응급실은 폐쇄되고 선별 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쳐 나지만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피와 땀, 눈물로 대구를 구해달라”는 간곡한 호소문을 전했던 이성구 대구시의사협회장의 시구로 삼성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의 프로야구 개막은 전 세계 야구 팬들의 관심거리다. 미국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ESPN과 일본 SPOZONE 등을 통해 해외 생중계됐을 정도다. 한국과 함께 세계 3대 프로야구 리그인 미국과 일본은 언제 개막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소속 10개 구단은 팀당 4경기씩 모두 20차례 연습경기를 치러 찬반 논란을 잠재우고 개막했다. 선수와 심판 등 1142명 모두 진단검사를 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제외한 구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8일부터는 국내 프로축구도 무관중 경기로 킥오프 한다.

코로나19로 일시 정지된 세상에 한국 스포츠가 가장 먼저 환호성을 질렀다. 비록 무관중 경기지만 우리가 새벽에 미국 프로야구와 유럽 축구를 봤듯이 해외 팬들이 ‘K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코로나19로 ‘K팝’처럼 ‘K스포츠’가 세계에 알려지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