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중증 환자 60% 차지…질본, 고위험집단 방문 자제 권고

포항시 보건소 관계자들이 요양병원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포항시민 이모(56·여)씨는 오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을 찾기로 했던 어머니와의 약속을 결국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가 혹시 감염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 씨는 “지난 3월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이후 1주일에 몇 번 전화하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며 “하지만 괜히 병원을 찾았다가 또 다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무서워 올 어버이날은 전화통화로 참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백신 개발은 오는 2021년으로 예상되고, 아직 감염 위험이 높은 만큼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기도, 가볍게 외식을 다녀 오는 것마저 쉽지 않다.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을 찾아가는 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요양원이 코로나19 감염위험이 특히 높은 고위험집단 시설로 꼽는다.

이들 집단은 고령자나 기저 질환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해 감염 시 회복이 어렵고, 실내 닫힌 공간에 머물러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중 70세 이상이 코로나19 중증 및 위중 환자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80세 이상 환자의 치명률은 25.0%(5일 기준)로 4명 중 1명이 사망에 이를 만큼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을 만나러 요양병원·요양원을 찾는 것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다며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5일 당부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위험집단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경우 특별히 요양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자체가 상당히 우려되는 기관이나 시설이라고 누차 말씀드리고 있다”며 “요양병원·요양원의 경우 되도록 방문을 안 하시는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방문을 하더라도,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애초부터 국민 여러분께 외출을 삼가도록 생활방역 상의 지침으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방역에 대한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한도 내에서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등교 개학을 앞둔 학교의 방역과 관련해 여름철 에어컨 사용 여부와 마스크 착용 등 세부사항을 고민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실내에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기순환 방식의 에어컨 사용 자제와 자연 환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엔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원칙적으로 환기가 중요하지만, 아마도 올해 여름 방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실내 기온이 높아 에어컨 사용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분야의 전문가와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적인 검토를 하는 상황”이라며 “가장 최선의 안전한 방법을 전문가들과 확인해 별도로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학생들이 학교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을 수 있을지도 방역당국의 고민거리다. 방역당국은 KF94, N95 등 방역용 마스크가 아닌 덴탈마스크(치과용 마스크)와 같은 얇은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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